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武漢)시의 어느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엄청난 증거’가 나오자 중국의 선전 기관은 가짜 반박 뉴스를 만들어 국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목 차:
- ‘변방’ 이론이 주류 이론이 되다
- 이론 1: 우한시 소재 어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 이론 2: 우한시의 한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던, 자연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탈출’했다.
- 결론: 중공은 여느 때처럼 거짓말을 한다
‘변방’ 이론이 주류 이론이 되다
중국의 저명한 과학자인 광저우(廣州)시 화난이공대학의 샤오보타오(肖波濤) 박사와 우한과학기술대학의 샤오레이(肖雷) 박사는 코로나19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우한시의 어느 실험실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공동 작성했다. 이 논문은 처음에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올랐으나 곧 삭제되었다.(이른바 샤오샤오 사건) 비터 윈터 영어판은 2020년 3월 17일에 논문을 게재하며 이 사건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과 세계 각지에서 암약하는 중공의 조력자들은 비터 윈터를 비롯하여 이 샤오샤오 사건을 보도했던 여러 국제 언론 단체들을 즉시 공격하고 나섰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어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주류 과학’에 의해 ‘결정적으로 입증’되어 각종 ‘음모 이론들’은 이미 ‘분쇄’되었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과학자는 강요를 받아 하는 수 없이 자신들이 틀렸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3주가 흐르면서 변방 가설처럼 보였던 것이 이제는 ‘엄청난 증거’로 입증되었다는 폼페이오(Pompeo) 국무장관의 주장과 함께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미국의 공식 이론이 되었다. 그래 봐야 미국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온 주장에 불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큰 신문사의 하나인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의 주말판, 새터데이 텔레그래프(The Saturday Telegraph)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5개국이 맺은 첩보 동맹, ‘다섯 개의 눈’이 발행한 보고서를 입수해 요약한 바에 따르면 보고서의 내용이 미국의 주장과 흡사하다. 대다수 국제 언론들도 우한 실험실 이론을 ‘가짜 뉴스’나 ‘음모론’에서 ‘믿을 만한 가설’로 격상하였다.
당연히 중공의 거대한 국제 선전 기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우한 실험실 이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다시 한번 총공세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정작 가짜는 중공의 선전이다. 그들은 교묘하게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론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므로 중공의 선전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론 1: 우한시 소재 어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중공은 널리 알려진 선전 전술을 사용한다. 즉,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론을 뭉뚱그린 후 하나를 공박함으로써 나머지 하나도 깨뜨리려고 한 것이다. 첫 번째 이론은 우한시 소재 두 곳의 실험실 중 하나인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생물학 무기로 바이러스를 만들었을 것이다는 것이다. 그 후 중국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살포했거나 사고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는 식이다.
이 이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대다수 과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았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는 아무리 교묘하게 생성되었어도 사람의 손을 탄 흔적이 남는데 현재 팬데믹을 일으킨 바이러스에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터 윈터는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마추어 바이러스 전문가 행세를 할 생각도 없고 이 분야의 유자격 과학자들 대다수의 주장으로 보이는 말을 의심할 이유도 없다. 다만 우리는 소수 의견도 표현되어야 하고 비판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며,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매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유통되는 온갖 엽기적인 음모론에도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는 마당에 바이러스에 관하여 비주류이긴 하지만 공인된 이론을 막을 이유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포인트가 아니다. 방금 본 것이 이론 1이라면 우리가 제안했고 서구의 여러 정부가 현재 지지하고 있는 것은 이론 2이다.
이론 2: 우한시의 한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던, 자연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탈출’했다.
이론 2는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박쥐에서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즉, 어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한시의 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들은 물론이고 그 바이러스들도 수집해 보관했다는 증거가 상당하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판단해도 그런 바이러스의 일부가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와 대단히 유사하다는 증거가 있다. 또한 우한시 실험실들의 보안 수준이 국제 표준이 요구하는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 역시 있다.
이론 2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시의 한 실험실에 보관되었다가 ‘탈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이다. 박쥐 한 마리가 탈출했을 수도 있고, 실험실에서 일하던 누군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반복한다. 이론 2는 이론 1과 다르다. 이론 2는 바이러스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는 흔적을 남기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이론 1에 대한 반박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이론 2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과학자들은 동물에게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기는 실험실보다는 축축한 시장에서 훨씬 더 잘 된다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한다. 그들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과학자들 중 그 누구도 우한시 소재 실험실들의 보안 환경을 직접 조사한 적은 없다. 또한 우리는 중국 당국조차 우한시의 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유출 문서와 중공 내부의 대화 내용 및 그렇게 암시하는 중국 정보 기관 관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론: 중공은 여느 때처럼 거짓말을 한다
과학이 우한 실험실 이론을 ‘분쇄’했을까? 주류 과학자들은 이론 1을 비판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판은 이론 2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론 2가 ‘과학’에 의해 ‘분쇄’되었다는 주장은 중공의 선전일 뿐이다. 이론 1과 이론 2 사이의 혼동을 이용하는 것은 중공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렇다면 이론 2는 ‘증명’되었을까?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과학에서 말하는 ‘증거’의 개념은 법원에서 말하는 증거의 개념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우리가 주장하는 바는 이론 2가 가능하며 제법 그럴듯하고, 이론 1에 대한 논박은 이론 2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론 2는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조작 흔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가능성에 의존한다. 과학자들은 이론 2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테지만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론 2를 확증하는 증거는 장차 외국 첩보 기관이 입수하거나 중국 탈출자가 유출하는 중국 내부 문서로부터 나올지도 모른다.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인사들이 암시하듯 이런 증거의 일부가 이미 서양 지도자들의 손에 있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그 어떠한 압력이나 상업적 보복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그 증거가 가능한 한 빨리 세상에 공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