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바에 따르면 7월 5일, 미리 작성해 언론에 배포하는 교황 연설문에서 홍콩의 자유를 지지하는 한 단락이 실제 교황의 연설에서는 누락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선정적인 추측이 난무하는 것을 막으려면 바티칸은 2018년 바티칸-중국 합의문을 공개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7월 5일, 댄 브라운(Dan Brown, 1964~) 같은 소설가가 좋아할 만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바티칸에서 벌어졌다. 먼저 교황의 연설문이 ‘엠바고’가 걸린 채로 기자들에게 배포되었다. 이는 교황이 연설을 한 뒤에야 언론이 연설에 대해 보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엠바고를 위반한 기자는 바티칸의 신임장을 박탈당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어로 작성되어 엠바고가 붙은 프란치스코(Francis) 교황(1936~)의 통상적인 일요일 연설문에는 홍콩에 관한 단락 하나가 더 포함되어 있었고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홍콩의 복잡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상당히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었으며 일말의 우려가 없지 않았습니다. 우선, 홍콩에 사시는 모든 분들을 지지하며 저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모든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미묘한 문제들과 연관되며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관련된 모든 분들이 해당 문제에 지혜롭게, 그리고 진실한 대화를 통해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기, 겸양, 비폭력, 그리고 모든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대한 존중입니다. 다수의 국제 선언문에 명시된 것처럼 저는 인류의 사회적 생활,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적 생활이 진실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출되기를 바랍니다. 홍콩의 모든 가톨릭 공동체와 선의를 가지신 모든 분들이 풍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합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제 연설에서 이 단락은 빠졌다. 이 연설문 텍스트를 처음 유출한 기자가 교황에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긴 하지만 우리가 연설문의 진위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바티칸도 엠바고하에 미리 작성해 배포하는 통상적인 연설문 텍스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텍스트는 매우 온건했으며 시진핑(習近平, 1953~)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조화로운 사회’를 언급해 균형도 맞추었다. 하지만 중국이 ‘완전하고 진정한 자유’와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짜증 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비평가들은 엠바고가 붙은 텍스트가 기자들에게 배포되고 실제로 연설이 이뤄지기까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중국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이번 연설문 교정은 신속해도 너무 신속했다. 어느 날카로운 관찰자는 이번 사건에서 본 것이 있는데, 외람되지만 나라면 이탈리아어로 ‘avvertimento mafioso’ 즉 마피아식 경고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이번에 바티칸이 연설문 텍스트를 배포한 것은 중국이 좀 자중하지 않으면 교황이 앞으로 이런 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이 모든 사건은 홍콩 사태에 대한 교황의 침묵이 수시로 비판받고 있고 2020년 9월 예정인 2018년 바티칸-중국 합의의 갱신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적이 있으며 그들이 교황에 맞서는 이유는 중국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바티칸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거나 2018년 바티칸-중국 합의에 홍콩 관련 조항이 있다는 식의 선정적인 추측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소문이 선정적으로 되는 것은 2018년 합의가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제언은 2018년 합의가 지금으로서는 갱신될 듯하지만 실제로 갱신되든 되지 않든 그 전에 합의문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소문과 가짜 뉴스, 그리고 선정적인 추측들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비밀 유지가 합의의 일부라는 반론은 유효한 반론이 아니다. 왜냐면 바티칸-중국 합의는 자동 갱신 대상이 아니며 어느 합의가 갱신될 때 조항에 대한 수정은 언제든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요한 반론은 비밀 협의는 외교의 일부이며 좋은 목적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기구들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라고 거듭 주문해 왔고 투명성과 공동 합의라는 새로운 기류를 지지해 왔다. 중국 가톨릭계는 말할 것도 없고 바티칸 내에서도 합의문을 읽은 사람은 극소수일 가능성이 크다. 비터 윈터의 보도를 꾸준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현장의 상황은 상충한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신부와 주교에 대한 박해는 물론이고 전혀 비판적이지 않은 신부와 주교에 대한 박해도 멈춘 적이 없다.
바티칸은 일반적인 다른 정부와는 다르다. 투명성과 공동 합의의 이름으로 바티칸-중국 합의문을 완전히 공개하거나 최소한 추기경과 주교들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야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마비되는 것을 그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가장 신랄한 비판자들로부터 교황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