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건강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화의 새 틀을 짜려 하는데, 이탈리아는 그 출발점이다.
마르코 레스핀티(Marco Respinti)
다포(DAFOH, Doctors Against Forced Organ Harvesting), 즉 ‘강제 장기 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은 중국 정권의 가장 잔인한 ‘양심수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 적출’을 세계에 폭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체일 것이다. 이런 다포가 최근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거짓말, 인권 유린, 그리고 이념 패권주의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위험에 처한 나라는 이탈리아로, 사례 연구로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만하다. 다포의 해당 보고서는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실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는 중공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숨기며 각종 의료 기록을 조작한 정황을 보여 주는 수많은 데이터가 나온다. 또한 코로나19 진행 시간표를 통해 팬데믹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음을 밝히 알 수 있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시한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미국 질병통제센터(US Center for Disease Control) 직원과 WHO 전문가들의 현장 실사를 거부하였으며, 지속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또한 ‘세계적으로 안면 마스크 부족 사태를 야기하고는 언제 어떤 식으로 지원해 줄 것인지를 정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한층 더한 위험에 빠뜨렸다. ‘먼저 유럽 국가들 간의 협력 관계를 무너뜨린 후 코로나19로 아비규환이 된 지역에 안면 마스크를 전달하는 구원자로 등장하는 식으로 분할통치 노선을 따라 유럽 국가들 사이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중공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이용해 외국에 대한 통제력을 확장하려는 듯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개정안의 목적은 ‘중국 특색’을 내세움으로 세계화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것이다.
가짜 자선사업과 첨단 기술 통제
41페이지로 이뤄진 9개 챕터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챕터 3, ‘안면 마스크 외교—비밀 의제’이다. 거기에는 ‘2020년 3월 1일부터 2020년 4월 4일 사이에 중국은 38억6천만 장이 넘는 안면 마스크, 280만 개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240만 개 이상의 적외선 체온기를 수출했다’라고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기부된 것이 아니라 판매되었고, 중국제라는 문구는 치명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발 대규모 물량이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기준 미달에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심지어 유럽 전역에서 거부하는 미허가 개인 보호 장비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홍보와 함께 이뤄진 이 지원은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안전하다는 가짜 안도감을 줌으로써 전문 의료진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 다포 보고서는 이를 두고 ‘인류의 불행을 이용하려는 중공의 시도’로, ‘의학적 재난의 시기에 사람의 목숨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극’이라고 묘사했다.
챕터 4, ‘중국 적십자사에 관한 우려’ 역시 챕터 3 못지않게 끔찍하다. 보고서는 중국 적십자사(CRCS)를 ‘중공의 관영 기관의 하나’로 규정한다. 보고서에 나온 설명대로 ‘2020년 2월, 중국 적십자사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기관에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무능력으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청난 비판과 정밀 조사를 받았으며, 긴급 의료 물자를 창고에 쌓아 두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코로나19 전염병의 진원지인 우한(武漢)시에서 유출된 중국 적십자사의 영상을 보면 적십자사 직원이 현지 정부 관리에게 병원에서도 부족해 절절매는 개인 보호 장비를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중국 소셜 미디어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다포 보고서는 중국 적십자사를 중공의 해외 통제 정책 확대를 위해 사용되는, 중공의 손에서 놀아나는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사실, ‘중국 적십자사의 많은 도움을 받은 화웨이가 직접 우한시 소재 병원들과 클라우드 기반의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이는 ‘즉각 보안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요약하자면 ‘중공발 팬데믹에 의해 야기된 취약점을 오히려 이용해 중공의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중국 적십자사의 시도는 … 그들이 제공하는 지원의 동기가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인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패권 계획
중국 적십자사는 실은 거대한 패권 계획의 앞잡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자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인 시진핑은 소위 ‘건강 실크로드’ 건설에 관하여 WHO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선상에 위치한 국가들의 ‘공중 보건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현재 일대일로와 시진핑 사상, 즉 그의 세계 재편성을 위한 네오-포스트-공산주의 노선은 중국 헌법에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둘을 위한 뜻밖의, 그러나 매우 적절히 구비된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포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대일로 선상을 따라 코로나19 전염병이 중국 밖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해당 경로, 그 경로에 존재하는 항구와 물류 허브 등이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협력국들에 의료 지원을 하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 베이징은 보건 의료 분야에서 국제적 지도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시진핑 주석은 건강 실크로드라 부른다.’
그러므로 ‘건강 실크로드가 제공하는 틀을 통해 베이징은 일대일로 재정비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물론 팬데믹은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가했으므로 일대일로 사업 역시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기회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다포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실체’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 실크로드는 중국이 상당한 압력을 받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핵심 해외 정책을 편리하게 포장할 새 간판인지도 모른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드디어 이탈리아가 이 그림에 등장한다. ‘건강 실크로드’ 아이디어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창궐하던 3월 16일, 시진핑과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이탈리아 총리 사이에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였다. 이탈리아는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 각서에 서명한 유럽 국가들 중 하나다. 당시는 중국 정권이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구실로 … 관영 중국 적십자사를 이탈리아에 보냈던’ 때였다. 하지만 사실 당시 베이징은 이미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바이러스가 곧장 이탈리아에 침투해 확산하여 이탈리아 사람들이 수세대에 걸쳐 듣도 보도 못한 규모의 재난을 당할’ 상태가 조성된 셈이었다.
다포 보고서는 ‘국영 기업 화웨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5G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확립하려는 중국의 노선은 문서로 잘 기록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기에 인도주의적 원조는 ‘이탈리아인들을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더욱 협력하게 유도하고 중국의 5G 감시망 확대 전략에 이용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5월 7일, 다포의 이탈리아 지부가 이탈리아 정부와 의회에 편지를 보내 중국의 간섭에 맞서 즉각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한 이유이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망과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팬데믹을 놀랍고도 조직적인 방법으로 은폐하는 것에 대한 주의보가 몇 주 전에 발령되면서 그간 중국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던 이탈리아 정부의 자세도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이탈리아의 친(親)중국 정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