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중국과 맺는 친교의 대가

무슬림 국가들은 중국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움마(공동체) 연대를 기꺼이 던져버리는 듯하다.

루스 인그램(Ruth Ingram)

(출처: The Russian Presidential Press – CC-BY-4.0 International)

예전에는 중국의 친구가 되려면 단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뜻을 같이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국과 친교를 맺는 일이 훨씬 더 복잡한 일이 되었다. 매우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 것이다.

21세기 초,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에 막 발을 담그기 시작할 때는 국영 방송을 통해 거의 매주 작은 나라나 빈곤한 국가들에서 온 대표단이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을 방송했다. 그들 대표단은 중국과 악수하는 동시에 대만이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임을 강조했는데, 초강대국 중국과 무역 거래를 공고히 하는 것이 그토록 쉬운 일인 듯했고, 독립 국가가 되고자 하는 대만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들’은 그러한 거래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 듯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에 가입한 지는 18년이 되었으며, 이제 중국이 구걸하던 시절은 완전히 끝났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이 담당하는 역할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웅대한 계획들과 프로젝트들이 넘쳐나고, 거저 주어도 될 만큼 많은 보물 창고들이 가득한 중국이라는 나라의 환심을 사는 일은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고 음험해지고 있다. 중국의 뜻을 따르는 방법이 점차 더 미묘해지고, 중국과 맺는 계약서는 타협점투성이에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중국의 돈을 받는 데는 조건이 붙는다. 중국이 가진 세계에 대한 비전과 실제로는 중국의 자국민에 족쇄를 채우는 비전을 수용하는 것도 조건에 포함된다. 중국 정부가 ‘낯선 이에게 주는 선물’에는 트로이목마(Trojan Horse)마냥 위험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상에 위치한 몇몇 나라들은 쓴맛을 보고서야 이 점을 깨우쳤다.

오늘날, 패권국가 중국은 자국의 팽창주의 야욕에 공모할 것은 물론이고 침묵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164개 회원국을 둔 WTO에 가입할 수 있기만을 갈망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분분한 논쟁을 거쳐 마침내 2001년에 이 분기점에 이르게 된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거대 조직의 한 켠에서 구경만 하는 겸손한 회원국으로 머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은 보다 원대한 목표들을 세웠다. 2013년에 시작된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계획으로 중국은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길에서 초강대국의 입지를 다졌다. 중국일보(中國日報)에 따르면, 일대일로의 이면에는 ‘중국의 세계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인류의 번창하는 미래를 구축해가는 데 중국의 지혜가 중요함을 부각시켜주는 보다 공정하고 합당한 세계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중공(CCP) 대변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향후 일대일로가 전세계의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 대다수를 담당하게 될 것’이며 ‘역사는 일대일로 계획을 중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인간 문명의 발전에 있어 위대하고 획기적인 사안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 리더십을 꿈꾸는 중국의 야망

일대일로 네트워크는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중동, 동아프리카, 러시아, 유럽을 망라한다. 다수의 육로 길, 파이프라인, 철도 네트워크, 그리고 인도양을 통과하는 해상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일대일로에 최소 70개국이 참여하기로 동의했다. 중국의 서방 진출에 참여한 국가들은 대부분이 가난에 찌들고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는 구 동유럽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 외에도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국가들, 어려움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다수의 개발도상국들이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들 국가에 선심 공세를 퍼붓고 있다. 중국의 백지 수표에 휩쓸리고 있는 중국과 계약을 맺은 국가들은 상환 불가능한 부채, 육로 및 철도 네트워크,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중국과의 무역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동참하지 않고 있는 크고 눈에 띄는 국가는 인도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은 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말라카 해협(Malacca Straits)을 통한 해상 길이 막히는 경우 중동과 유럽으로 가는 대체 길을 제공받게 되고 매우 필요한 석유 등의 자원을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로부터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유해한 배합에 이슬람도 합류한다. 중국이 해외로의 팽창과 야망에만 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현재 상충되는 두 전선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위구르족과 관련한 국내 문제들이 물을 흐리고 있다. 이슬람이 주를 이루는 교역국들과의 무역과 발전을 교묘히 양립시키고 있는 중국은 국내 접경 지역의 이슬람, 무슬림과의 양면적인 관계가 달갑지 않게도 최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제네바 회의에서 인권 ‘개입자들’의 이목을 중국 자국 내 문제로 쏠리게 하고 있다.

중국은 기꺼이 자국 밖의 이슬람 ‘적’과는 무역 거래를 공고히 하고 그들에게 수십억의 융자를 내주는 반면, 자국 내의 동일한 이슬람 ‘적’은 파멸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초사법적으로 재교육 수용소에 위구르인 150만을 수감하고 있으며, 자국 영토에서 이슬람을 근절시키기를 희망하는 한편, 2월 합동 투자 포럼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음험한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자와 280억 달러의 가치에 달하는 35개의 경제 협정을 맺고 악수를 했다. 그러나 이슬람에 대한 상반되는 두 상황에 대해 중국은 어떠한 갈등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재판도 받지 않은 위구르인 150만 명에게는 테러리스트의 낙인을 찍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따라 형성된 620억 달러 가치의 투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고, 일대일로의 전략적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자이쉬 이 모하메드(Jaish-e-Mohammad)의 지도자 마수드 아자르(Masood Azhar)에게 글로벌 테러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달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이 상반되는 두 상황에서도 전혀 갈등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무슬림 국가들 역시 보다 약한 이슬람 형제, 자매들을 중국이라는 사자 굴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던져버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2월에 이슬람 협력기구(OIC) 독립상임인권위원회(IPHRC)의 OIC 이슬람혐오 관측(Islamophobia Observatory) 소위원회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제 14회 정기 회기에서 중국이 위구르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을 뿐이다. 해당 위원회는 신장 자치구의 2018년 10월의 탈급진화 규정들이 ”사실상 모든 활동이 조항 범주에 포함되고 당국이 억류소와 재교육 수용소의 존재를 정당화하게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과하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위원회는 ’위구르 무슬림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보고서들’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으며, “OIC 조직은 물론 OIC 회원국 대부분의 국가들과 훌륭한 양자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전세계 무슬림들이 가진 정당한 우려들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는 희망도 표했다.

OIC, 중국이 위구르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180도 입장 변화를 보여

빈 살만 왕자가 중국과의 엄청난 무역 거래를 성사시킨 지 불과 몇 달후, 전략적 이슬람 국가 56개국(대부분 일대일로상에 자리하는 국가들이다)을 대변하는 OIC는 극적으로 180도 태도를 바꾸어 중국이 위구르인 형제들을 대하는 방식을 규탄하기는커녕 ‘무슬림 시민들을 보살피는’ 중국의 노력을 실제로 칭송하기까지 했다. 해당 위원회는 ‘중국의 초청을 받아 파견한 사무국 대표단의 방문 성과를 칭송’하며, ‘OIC와 중국 간에 더 깊은 협조가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논할 때 흔히 사용되는 ‘선제적 복종’이라는 말이 있어요”라고 벨기에인 중국 분석가 테레사 팰런(Theresa Fallon)이 말했다. 지중해를 따라 자리한 항구들을 중국이 서서히 장악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제기되는 중국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 하는 것(일례로 그리스는 2017년, 끔찍한 중국의 인권 기록에 대해 중국에 거부권 행사하기를 거절했다)에 대해 언급하며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해요. 이미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해 관계를 생각해보면 참 우려되는 상황이죠. 중국의 해상 항구 성장 전략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유럽 주변 전체에 투자를 해왔어요. 마치 감싼 다음 찌부러뜨리는 아나콘다 전략 같아요.”

중국 입장에서는 이슬람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일대일로 계획의 성공적인 이행에 있어서 중대한 사안이며, 상대 국가들 입장에서도 중국이 무슬림 국가들에 제공하는 상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국에게 잘 보이고 기꺼이 중국을 지지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용소가 ‘인류에 대한 큰 수치’라는 터키의 유약한 비난을 용감하게 보도한 알자지라(Aljazeera)의 최근 방송 외에는, 감히 솔직하게 말하는 무슬림 국가들은 거의 없었다. OIC 회원국들과 드물게 뜻을 달리한 터키는 비록 중국에 36억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랑받는 위구르인 시인이자 음악가 압두레힘 헤이트(Abdurehim Heyt)의 사망 관련 루머에 대해서 중국에 ‘인류의 비극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중국은 살아는 있지만 침울한 모습을 한 이 음악가의 영상을 공개하고는 ‘극단주의 학생들’을 위한 중국의 ‘교육 훈련소들’을 맹렬히 옹호하고 나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南華早報)에 따르면, 중국의 실크로드 야망에 있어 유럽과 이어줄 다리가 필수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터키의 분노 폭발은 사실상 중국과의 장기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양면적인 도덕성

중국이 특히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양면 인간(雙面人)이 되는 죄이다. 저명한 위구르 학자이자 신장 대학교 전 총장인 타슈폴라트 티이프(Tashpolat Tiyip)는 최근 양면 인간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슬림 세계에 슬금슬금 다가가는 동시에 신장 자치구의 만행들에 대해서는 못 본 척 해주기를 기대하는 중국은 스스로가 양면적인 얼굴에 이중성을 입힌 꼴이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중국의 끔찍한 인권 기록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무슬림 세계의 외침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할지라도, 약자로 세계 무역의 활동무대에 진입한 중국이 이제는 더 이상 기본적인 도덕적 책무조차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점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과 거래를 맺는 상대측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무슬림 국가들이 그들의 약자인 형제들과의 연대를 보여줌으로 큰 수익성을 주는 국가, 이제 세상을 조종하기 시작한 국가와의 관계를 깨뜨릴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 양측 모두는 기꺼이 원칙을 날려버리고 비즈니스를 새로운 도덕적 책무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