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미디어 거물인 지미 라이는 중국 관영 가톨릭애국회 가입을 거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든든한 재정 지원자였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백만장자이면서 가톨릭 교인이자 자선가이기도 한 지미 라이(Jimmy Lai, 1948~)가 8월 10일 홍콩에서 체포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은 홍콩 시민과 세계를 상대로 감히 중공을 비판하는 자 누구에게나 신국가보안법이 엄히 적용될 것임을 보이고 싶었다. 사회적 지위, 인지도, 자선활동 그 어떤 것도 국가보안법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중공을 비판하는 자는 누구든 투옥될 것이다.
둘째, 중공은 홍콩에 존재하는 독립 언론에 더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중공의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빈과일보(蘋果日報)의 소유주가 지미 라이이다. 중공의 협박을 받은 광고주들의 연이은 보이콧 선언과 중공 해커들의 시도 때도 없는 공격을 받고도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빈과일보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그 소유주를 체포한 것이다.
셋째, 이번 사건을 다루는 국제 언론들은 덜 주목한 측면인데, 지미 라이의 체포는 홍콩 가톨릭계에 보내는 경고이자 중국 본토에 있는 가톨릭의 양심적 반대론자들, 즉 정부가 통제하는 중국가톨릭애국회(CPCA, 이하 애국회)에 가입하기를 거부하는 주교, 사제, 그리고 평신자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2018년의 바티칸-중국 합의 이후 중국 가톨릭계의 애국회 가입은 교황청도 허락하고 심지어 권유하기까지 하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2019년의 바티칸 지침은 신조를 이유로 애국회 가입을 거부하는 양심적 반대론자들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지침은 현실화되지 못했고 양심적 반대론자들은 여전히 괴롭힘을 받고 투옥된다.
2018년 합의 이후, 양심적 반대론자 대부분은 교황청으로부터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심각한 빈곤은 이 박해받는 가톨릭 공동체의 일상이 되었다. 그렇더라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미 라이로부터의 지원은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미디어 거물은 홍콩의 전(前) 주교이자 추기경이기도 한 요셉 천르쥔(陳日君)에게 약 2천만 달러(약 240억 원)를 기부한 적도 있다. 이 기부금의 일부는 로마에 머물던 중국인 사제들의 학비와 천르쥔 주교의 바티칸 여행 경비를 비롯해 여러 좋은 곳에 쓰였다. 하지만 역시 일부는 중국 본토에서 당시는 지하 교회라 불리던 곳, 즉 애국회 가입을 거부하던 일부 가톨릭 교회로 들어갔다. 2천만 달러가 움직인 기간은 2005년에서 2011년까지이지만 중공에 비판적인 중국 본토의 가톨릭 공동체는 여전히 지미 라이의 재정 원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돈줄을 끊는 것은 종교적 반대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중공의 오랜 책략인데 이것이 현재 가톨릭 양심적 반대론자들에 대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홍콩의 가톨릭계가 여태까지는 별도의 독립체로서 거리를 유지해 왔던 애국회에 강제로 가입하게 되는 더한 악수가 펼쳐질 수도 있다. 그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이제부터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