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모든 지구인에게 적용된다는 홍콩 국가보안법 38조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의 한 조항에 따르면 이제 중국 공산당은 지구상의 누구라도 자기들을 비판하면 체포할 수 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홍콩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여섯 개 교도소 중 하나인 스탠리 교도소의 모습. 우리 모두 이곳에 수감될지도 모른다.(Tksteven – CC BY 3.0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수호법(홍콩 국가보안법)에 관하여 수많은 글들이 쏟아졌으며 지금은 법 전문도 공개되었다. 이 법은 중국 본토에 존재하던 반(反) 국가전복법을 홍콩에까지 확장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에 대한 그 어떠한 형태의 비판도 범죄 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와 여태 상당한 정도로 주어지던 홍콩 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보장도 없앴다. 또한 이 법에 관련해 당국이 특히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에 대한 단독 관할권을 행사할 국가안전유지공서(維護國家安全公署, 안보처)라는 이름의 기관도 새로 설치했다. 이 안보처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하며 대상자를 중국 본토로 보내 그곳에서 재판을 받게 하므로 사실상 송환인 셈이다.

새 법의 관련 조항들은 모두 전문 학자와 평론가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분석되었으며 상당수 사람들이 홍콩의 통제가 중국 본토의 통제보다 더 악질적이고 억압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데도 아직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한 조항이 하나 있다.

바로 새 법의 38조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홍콩특별행정구의 영주권이 없는 자가 홍콩 외의 지역에서 이 법이 정하는 바의 범법을 홍콩에 대해 저지를 때 적용된다.’ 중국, 혹은 중공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 아니 지구 외 다른 행성에 사는 존재에 대해서까지 자기네 법을 주장하겠다는 것인가 하고 갸우뚱해서 다시 읽어 보시겠지만 사실 여러분이 이해한 바가 맞다.

나 자신도 홍콩의 영주권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 법’이 정하는 범법 행위를 매일 저지르지 않을까 두렵다. 나는 홍콩은 물론이고 티베트, 신장 등의 시민이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을 지킬 권리를 지지하는 글을 자주 쓰기 때문에 이 법의 20조를 위반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엄중’한 범죄에 해당하는 ‘분리주의자’ 혐의를 받아 그에 합당한 형량인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나는 또한 걸핏하면 22조를 어기는 사람이다. 나는 ‘중화 인민 공화국의 기본 시스템’ 즉 중공과 중공의 이념이라는 절대 권력 위에 세워진 ‘기본 시스템’을 비판하여 ‘약화’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2조를 조직적이고 엄중하게 위반한 경우의 형량 역시 종신형이다. 더군다나 나는 일반적으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중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획득해 비터 윈터를 통해 공개하는 까닭에 29조 위반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즉 나는 세 번째로 종신형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홍콩에 관한 중국 법의 효력이 나에게 미치지 않을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믿을 것이다. 나는 이탈리아 국민이고 유럽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성적인 사람이 틀렸을 수도 있다. 38조는 이 법이 ‘홍콩의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적용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중공이 이탈리아까지 찾아와 나를 체포할 것이라는 의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법에 관한 한 대표적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조지 워싱턴 대학의 도널드 클라크(Donald Clarke) 교수가 쓴 글에 따르면 38조는 ‘중국 본토 형법보다도 적용 범위가 더 넓다. 중국 본토 형법에서는 어느 외국인의 행위나 행위의 효력이 중국 내에서 일어나지 않는 한 그는 중국 법에서 규정하는 범법 행위에 대해 중국 법에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홍콩 국가보안법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클라크 교수는 어느 미국 언론의 칼럼니스트가 중국의 티베트 점유가 불법이라고 주장했거나 그 어떠한 이유로든 누가 ‘중국 혹은 홍콩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38조에 의거해 그들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기에 홍콩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체포될 수 있다는 예를 들었다.

클라크 교수에 따르면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앞서 예로 든 칼럼니스트이고 홍콩이 아니라 베이징에 갔다고 가정해 보죠. 당신은 중국 형법이 말하는 그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입니다. 그럼 홍콩 당국이 중국 본토 당국에게 당신을 체포해 홍콩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본토 당국이 그 요청을 거절할까요?” 물론 거절할 일은 없다. 그리고 중국의 영토에는 세계 전역의 중국 대사관은 물론이고 (새 법에 분명히 명시된 것처럼) 중국과 홍콩의 항공기도 포함된다.

자국 법이 지구 전체에 적용된다는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터무니없으며 심지어 불법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38조를 대체로 말하면 중공을 비판하는 자가 중국 영토에 발을 들인다면 체포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캐나다 사람인 ‘두 명의 마이클(two Michaels)‘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시기 바란다. (‘두 명의 마이클’ 사건은 화웨이 설립자인 회장 런정페이의 딸이자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가 미국 요청으로 2018년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중국 역시 즉시 캐나다인인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파버에게 억지 간첩 혐의를 씌워 체포한 뒤 여태 구금하고 있는 사건을 말한다.) 물론 이것과는 다른 사건이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가 지배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중국을 지지하는 쿠바의 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새로 ‘수치의 축’에 합류한 나라는 53개국(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음)이나 되는데 홍콩과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을 비판한 영국의 유엔 성명을 지지한 나라가 27개국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미국도 유엔인권이사회와의 문제 때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자유와 인권을 지지한 자랑스러운 27개 서명국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벨리즈, 캐나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독일, 일본,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마셜제도공화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팔라우,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스위스, 영국. 비터 윈터의 독자라면 민주주의 국가 중 어떤 나라가 명단에 없으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라들은 자국민이 중국에서 체포되기 시작해야 비로소 마음을 바꿀 것인가?

업데이트: 쿠바의 중국 지지 성명에 서명한 국가들의 명단도 현재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