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던 WHO가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새 문서를 AP 통신이 입수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세계 각국의 언론이 AP 통신사가 입수해 발표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새 비밀 문서로 떠들썩하다. 중국이 얼마나 협조적이고 투명한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WHO가 사실은 중국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문서다. 더욱이 WHO는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거짓말로 수천 명의 인명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도 기본적인 이야기는 알려져 있었고 비터 윈터도 3월 30일 이미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AP 통신사가 입수한 문서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2019년 12월 27일, 중국에 있는 비전 메디컬(Vision Medicals， 微远基因)이라는 이름의 어느 실험실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게놈의 서열을 ‘대부분’ 알아내 그 결과를 우한(武漢)시 당국과 중국과학원에 보냈다. 그리고 올해 1월 2일, 우한시의 유명한 여성 바이러스학자 스정리(石正麗, 1964~)에 의해 게놈 전체의 서열이 밝혀졌다. 1월 5일에는 장융전(張永振)이라는 또 한 사람의 유명한 바이러스학자가 센터장으로 있는 상하이(上海) 공공의료건강센터에서도 바이러스 게놈의 전체 서열을 해독해내는 데 세 번째로 성공했다. 이때는 바이러스가 인간끼리 전파된다는 사실도 정확히 밝혀졌고 곧 다른 두 군데 실험실에서도 서열 해독이 잇따랐다.
그런데 1월 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 발견 결과를 WHO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알리기는 고사하고 모든 실험실에 발견 내용을 함구할 것이며 샘플을 폐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월 8일,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중국 의사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한시에서 사스(SARS)와 비슷한 폐렴이 발발했음을 보도했다. AP 입수 문서에는 이 기사로 WHO 측이 크게 당황했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WHO 긴급상황관리팀의 팀장인 탐 그레인(Tom Grein) 박사는 WHO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 멍청이’가 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WHO 건강비상사태프로그램의 마이클 라이언(Michael Ryan, 1965~) 집행이사도 중국이 우한시의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1월 8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가 나오고 몇 시간 만에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 사건, 중국 당국이 방금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뻔한 거짓말이다. 그들은 12월 27일 이후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사건, 태국에서 어떤 미심쩍은 승객이 태국 보건 당국에 의해 입국 저지되었다. 출발지가 중국 우한시인 여성 승객이었다. 그녀를 검사한 수파폰 와차라플루사디(Supaporn Wacharapluesadee) 교수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 24시간 후 수파폰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전자 서열의 일부를 검출해 태국 당국에 보고했다. 그녀는 중국이 전체 서열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1월 11일, 상하이의 장융전이 바이러스 전문 웹사이트 virological.org에 코로나바이러스 전체 게놈 서열을 올렸다. 중국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은 행동이었기에 당국은 그의 실험실을 폐쇄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장융전의 용감한 행동 덕분에 태국 과학자들은 그들이 검출한 서열이 중국의 서열과 일치함을 확인하여 WHO에 긴급 경보를 보낼 수 있었다. 장융전이 전체 서열을 공개하고 이를 태국이 확인하는 일이 터진 뒤에야 중국은 마침내 공식적으로 전체 서열을 WHO에 보냈다. 1월 12일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이후에도 추가로 며칠 동안이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인 전염이 된다는 확인된 사실을 감추려고 했다.
1월의 첫 두 주 동안 WHO의 마이클 라이언은 이번 사태는 중국이 사스 때 입을 닫고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았던 행태의 재판이므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라고 WHO 최고 당국에 지속해서 요청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똑같은 시나리오입니다. 중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업데이트를 달라고 끝없이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죠. 중국 남부의 투명성 문제 때문에 WHO는 당시 만신창이가 되었었습니다.” 라이언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콩고를 비롯한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에볼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콩고의 태도가 훨씬 협조적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베이징 주재 WHO 대표 가우든 갈레아(Gauden Galea)는 중국과 관계가 돈독한 몰타 출신이다. 하지만 이런 그도 WHO 지도자들에게 중국은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P 통신사에 따르면 1월 9일, 그는 이렇게 진술했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전염병 관련 정보를 좀 더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정보가 조금만 구체적으로 요구되면 아무 답도 얻지 못했습니다.”
치명적인 실수가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1월 14일, WHO는 트위터에 다음처럼 글을 올렸다. “중국 당국의 사전 조사 결과 중국 우한시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가 대인 전파가 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은 정확히 그 반대였고 WHO는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중공의 거짓말을 퍼뜨린 셈이었다.
중국이 하도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여태 눈 하나 꿈쩍 않고 중국을 지지하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이여수스 WHO 사무총장조차 마침내 라이언을 비롯한 다른 WHO 관리들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했고 드디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테워드로스는 겨우 세계에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1월 30일이나 되어서였다. 하지만 테워드로스는 아직도 중국의 치명적인 늑장 대응을 비난하기는커녕, “사실 우리는 중국의 기여에 존경과 함께 감사를 표했어야 합니다. 중국은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믿을 수 없이 많은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WHO의 신뢰도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WHO에게는 인명을 구하는 것보다는 중국의 체면을 살리고 중국의 선전을 돕는 것이 먼저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