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은 티베트와 네팔의 일이자 종교의 일

중앙티베트행정부 수반은 말한다. “라다크(Ladakh)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과 똑같은 일이 60년 전 티베트에서도 있었습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인도와 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의 하나인 판공호(班公湖)(Eatcha – CC BY-SA 4.0

코로나19 확산과 홍콩의 시위 진압에 대하여 중국의 책임을 묻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심상찮다.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은 세계적 논란거리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확히 무슨 이유로 판공호(湖) 지역, 시킴(Sikkim)의 무구탕 계곡(Muguthang Valley), 그리고 동부 라다크의 갈완강 계곡(Galwan River Valley)에 주둔 중인 인도군을 작정하고 공격한 것일까? 인도의 관점에서는 중국군이 인도의 영토에 불법 침입한 것이다. 인도와 이미 몇 건의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관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지역들이 사실 중국의 영토다. 그렇다면 이 모든 분쟁이 왜 하필 지금 일어난 것일까?

한편으로 인도와의 현 분쟁은 어느 정도는 시진핑의 독단적이고 강경한 정책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인도와 미국 간 관계가 점차 돈독해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회사들이 생산 공장들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인도가 갈수록 아시아 권역의 경쟁자로 비친다. 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보면 이번 공격은 시킴, 티베트, 그리고 네팔과 관련되는 오랜 지정학적 문제 세 가지와 관계가 있다.

시킴은 내내 독립 국가였으나 1975년 인도에 합병되었다. 이 합병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들자면 시킴이 독립국가로 있을 경우 점차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것을 인도가 우려했다는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2020년 5월 시킴으로 쳐들어간 중국군은 인도 군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곳(시킴)은 너희들의 땅이 아니다. 인도의 영토가 아니라는 말이다. … 그러므로 돌아가라.”

중공은 인도 국경에서 중국군이 저지른 짓을 옹호하는 선전전을 벌이면서 인도가 ‘시킴을 병합하고 부탄을 복속하더니 이제는 네팔의 통치권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구원자로 나서 네팔은 제2의 시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연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네팔과의 국경 분쟁에서 인도의 태도가 더욱 적극적이 되고 중공은 네팔을 중국의 위성국가 중 하나로 만들려고 공작을 벌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네팔에 있는 티베트 난민들의 문제와도 연계되지만 그보다 더 깊다. 중공은 네팔인들에게 네팔이 영국 식민 지배에 들기 전까지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음을 지속해서 상기시킨다. 중공에게 있어 인도와 네팔의 분쟁은 중공이 히말라야권 나라인 인도에서 영향력을 높일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중공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티베트의 국경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는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중공은 인도가 다르출라(Dharchula)에서 리푸레크(Lipulekh)로 가는 도로를 건설 중인 것이 불편하다. 리푸레크가 티베트에 있는 힌두교 성지 순례지의 하나인 카일라스(Kailash)-마나사로와르(Mansarovar)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 순례지는 불교보다는 힌두교와 더 관련이 있지만 중공은 달라이 라마가 머무는 인도와 티베트가 종교적으로 돈독해지는 것은 무엇이든 반대한다.

전에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 정세가 정세이니만큼 이번 분쟁은 특히 더 위험하다. 인도에 위치한 중앙티베트행정부 수반 롭상 상가이(Lobsang Sangay, 1968~) 박사는 말한다. “라다크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과 똑같은 일이 60년 전 티베트에서도 있었습니다. 티베트의 비극으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네팔과 인도는 물론이고 나머지 모든 세계도 중국의 폭력적인 침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