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학습강국’ 앱 운영에서 교도관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비터 윈터=중국 소식통] 리 밍수안(李明軒) 기자

당국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근로자들의 자유 시간을 장악하고 시민들을 세뇌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들은 당을 만족시키고 자신의 직업을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2월 18일, 허난(河南)성 지위안(濟源)시 교육국은 ‘학습’용 플랫폼인 ‘학습강국(學習強國)’ 앱을 선전하기 위해 교육을 진행했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중국 공산당(CCP, 중공) 중앙선전부가 ‘학습강국’ 앱을 주도해오고 있다. 앱 이름에 쓰인 중국어에 쌍관어가 포함되어 있다. ‘習’는 시진핑 주석의 성이기도 하면서 ‘학습’이라는 뜻의 중국어 ‘學習’에서 두 번째 글자에 해당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사상을 학습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학습의 으뜸임을 시사한다.

신장(新疆) 자치구 푸캉(阜康)시 정부 기관들에 소속된 당원들과 공무원들은 ‘학습강국’ 앱을 통해 교류하고 학습한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문화대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정부의 강력한 선전 활동

1월 21일, 산둥(山東) 칭다오(靑島)시의 한 초등 교사는 위챗 학교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메시지는 교육·체육국 산하의 모든 단체 소속 직원들(교사와 행정 직원 포함) 모두 당일 오후 4시까지 ‘학습강국’ 앱을 필히 설치라는 지시였다. 등록률은 100%가 되어야 하며, 각 직원의 등록 상태는 교육·체육국에 보고될 것이다.

1월 19일, 산둥성 칭다오시 당국은 ‘학습’용 플랫폼인 ‘학습강국’ 앱의 선전 활동과 관련해 실무자 회의를 소집했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해당 앱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실명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학교 지도부는 앱을 다운받지 않은 교사들의 기록을 보유할 수 있었고 앱을 다운받지 않은 이들은 경고를 받았다. 앱을 어떻게 다운받는지 모르는 나이가 든 교사들은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정부 공무원들과 공공 부문 직원들만이 ‘학습강국’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산둥성 자오저우(膠州)시 둥자오자좡(東趙家莊)촌의 마을 위원회가 60세 이하의 모든 주민들에게 신분증과 스마트폰을 가지고 마을 위원회 사무소를 방문하라는 방송을 연이어 사흘간 내보냈다. 그곳에서 주민들은 등록을 하고 정부 직원들이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준다.

중국 전역의 지역 정부들은 ‘학습강국’을 선전하는데 열성을 쏟고 있다. 일부 지역 정부들은 이러한 활동이 각 성(省)과 시(市)의 지역 선전부로부터 감독받아 이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정치 임무라도 되는 것처럼 심지어 이 사안에 관한 특별 회의를 열기도 한다. 그 결과, 해당 앱의 다운로드 랭킹은 오늘날까지도 차트에 유지되고 있다.

‘학습강국’ 앱의 기이할 정도로 높은 다운로드율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마오주석어록(毛主席語錄)’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은 서방에서는 ‘빨간 책(Little Red Book)’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인들은 ‘훙바오수(紅寶書, 붉은 보물 책)’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문화대혁명 당시 중공 정권에 의해 열성적으로 선전되어 널리 유통된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선전 능력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대혁명 발발 이후, 2인자인 린뱌오(林彪)는 ‘마오쩌둥 주석이 쓴 글들’을 질문을 가지고 학습하고, 활용하며, 학습과 실천을 병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학습’ 급증을 초래하고 마오쩌둥 우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한 고령의 남성은 사람들이 이 빨간 책의 ‘주옥 같은 문장들’을 외우곤 했는데 이러한 행동이 당에 대한 그들의 충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마오주석어록’ 내용 일부를 암송하는 것은 엄격한 정치 검열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비터 윈터에 말했다.

강제 ‘학습’에 대한 불만 높아져

또한 ‘학습강국’은 당에 대한 시민의 충성심을 평가하기 위해 점수제를 활용하고 있다.

칭다오(青島)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장(張) 씨에게 있어 올해 춘절은 결코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춘절 연휴 중 쉴 수 있게 된 그녀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뉴스를 살폈다. 평소와 다르게 근면한 ‘학습’ 소식을 접하는 그녀를 본 가족은 당혹스러워 했다.

장 씨는 친척들에게 “칭다오시 정부가 공공 부문 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 심지어 환경미화원들에게도 시진핑 주석의 활동 등 국가 사안들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지시하고 있어요. 시진핑 주석이 국내외에서 회의를 갖는다던가 점검을 수행한다던가 하는 내용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일들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한대요. 뿐만 아니라 문제도 풀어야 하고 서식도 작성해야 해요. 일이 생겨 뉴스를 보지 않거나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점수를 잃게 돼요.”라고 설명했다.

장 씨의 동료 몇몇도 ‘학습강국’이 자신들의 개인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며 사적으로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결혼한 이들은 회사 일과 집안일로 바쁜데 이제는 남은 휴식 시간마저 ‘학습’을 이행하기 위해 사용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감히 항의하고 나서지 못한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 소재한 웨린(岳林) 초등학교 당지부는 ‘학습강국’ 앱의 다운로드와 사용을 위하여 교사들을 조직하고 있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점수 시스템이랑 질문과 답변 기능이에요.”라고 한 초등 교사가 불평했다. “이 앱에는 점수 시스템이 탑재되어 우리는 강제 ‘학습’을 해야만 해요. 기사 한 개를 읽을 때마다 1점을 획득해요. 학교는 이 점수를 기반으로 교사들을 칭찬하거나 질책합니다. 심지어 학교는 필수 문제 항목들을 가지고 문답 그룹을 결성해 이제 쉬는 날에도 쉬는 게 불가능해요.”

필수 ‘학습’을 강제하는데 일조하는 기업들

중국수전건설그룹15공사국유한회사(中国水电建设集团十五工程局有限公司)는 직원 참여 상태, 적극성, 점수 등에 대하여 실시간 보고를 수행하는 학습 관리 조직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강국에 로그인하여 정치 현황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며 학습에서 경쟁하자(上强国、学时政、做题目、比学习)’는 구호 아래 자사를 광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면밀한 학습 분위기’를 형성하여 ‘모두가 학습에 동참하고 학습에 있어 서로서로 경쟁하고 따라잡고 추월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충칭(重慶)시 다두커우(大渡口)구의 당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습강국’ 앱에 로그인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심지어 몇몇 지역 정부들은 직원들에게 점수를 기반으로 포상을 약속하기도 한다. 점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직원들은 이 점수를 도서상품권, 영화 티켓, 박물관 입장권, 중국 3대 주요 통신사의 데이터 용량, 지정된 ‘공산주의’ 관광명소로 가는 고속철도 기차표로 교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