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샨 아바스(Rushan Abbas, 1967~)가 의장으로 있는 ‘위구르인을 위한 캠페인’에서 중국 공산당이 정책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국제 사법 재판에 회부를 촉구하고 나섰다.
마르코 레스핀티(Marco Respinti)
민족, 종교, 혹은 문화를 이유로 인류를 구성한 어느 한 부분 전체를 표적으로 삼아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말살하려는 정책을 독자라면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폴란드 변호사이자 법률 전문가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 1900~1959)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치가 유대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 만든 이 용어가 있은 이후 독자도 이 단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이 용어는 바로 ‘종족말살(제노사이드)’이다.
이 단어가 갖는 윤리적, 법적, 심지어 철학적 무게는 만만찮다. ‘종족말살’은 많은 수의 사람을 죽이는 것, 즉 집단학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집단학살 자체로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며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역사상 여러 차례 일어나기도 했다. 집단학살이 어느 인류 집단 전체를 말살하려는 의도로 가능한 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계획되고 집행될 때 그것은 ‘종족말살’이 된다. 그러한 관계로 종족말살은 이념의 산물이며 따라서 수 세기에 걸쳐서 우리가 자칭 ‘민주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근대시대에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역사가 레이날드 세셰(Reynald Secher, 1955~)는 프랑스 혁명 기간인 1793년에서 1794년 사이에 방데(Vendée)의 가톨릭 교인들을 체계적으로 몰살했던 역사상 첫 번째 종족말살에 관한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종족말살’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며 ‘기억말살(memorycide)’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기억말살은 종족말살을 당한 인간집단에 대한 기억마저 파괴되어 관련 흔적이며 기록이 역사상에서 깡그리 사라질 때 일어난다.
관련 연구들이 더욱 진척되면서 최근 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문화적 종족말살‘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어느 종족의 섬멸과 더불어 그 종족의 물리적 섬멸 전후의 해당 문화까지 말살하는 것을 가리킨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거주민들의 다수가 위구르 무슬림을 비롯해 여타 투르크계 소수민족들인 지역으로 이들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라는 이름보다는 동투르키스탄이라는 이름을 선호하는데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문화적 종족말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 법률가들은 중국이 관련 조약에 서명한 적이 없음에도 중국 공산주의(이하 중공) 정권을 가능한 한 빨리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 모든 범죄에 대한 새 보고서도 발행된 상태다. 루샨 아바스(Rushan Abbas, 1967~)가 워싱턴 D.C.에서 설립하고 현재 의장으로 있는 ‘위구르인을 위한 캠페인’에서 간행한 ‘동투르키스탄의 종족말살‘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비터 윈터가 최근 몇 달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것들과 궤를 같이 한다. 어느 종족 전체를 말살하려는 중공의 의도는 코로나19 팬데믹도 저지하지 못했다. 신장의 무슬림들은 온갖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해왔고 지금도 당하고 있다. 협박, 불법 구금, 종교문화적 차별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슬람에서는 금하는 돼지고기와 술을 무슬림들에게 먹게 하거나 위구르 가정의 각종 장식들을 전통 위구르식에서 값싼 서양 스타일로 바꿔 놓는 등 모멸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항의라도 하는 사람들은 저 끔찍한 재교육 수용소로 보내진다.
보고서가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위구르 여성들에게 닥친 불행이다. 이는 루샨 아바스가 천착하는 주제로 그녀는 최근 비터 윈터에도 관련 기사를 기고한 바 있다. 1백만 명에 달하는 중공 한족 관리들이 위구르 가족들과 동거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통제하라는 임무를 받고 신장에 파견되었다. 중공은 이 정책을 ‘결연 가족 프로그램’이라 부르는데 위구르 가정마다 진짜 혈연 친척 외에도 중공이 강제로 엮은 가짜 친척이 딸리게 된다는 뜻이다. 즉 위구르족 소녀며 여성들은 이 중공 첩자들과 같은 침대를 쓰도록 강요될지도 모르며 그 결과가 어떨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중공이 한족 중국인을 선택해 위구르 여성과 강제로 결혼시키는 정책 역시 흔한데 이 역시 위구르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통일 뿐이다. ‘위구르인을 위한 캠페인’의 성명처럼 이런 정책은 흔히 강간에 지나지 않다.
위구르인들에 대한 박해를 다룬 몇 개의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지만 ‘동투르키스탄의 종족말살’ 보고서만의 특징을 꼽자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중공 정책의 중장기 효과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종족말살’에 대한 법적 개념을 소개한 부분과 중공의 종족말살 의도가 명확하게 기술된 챕터들이다. 제시된 사례에는 가족 해체, 부모와 친지가 재교육 수용소로 보내진 위구르 어린이들을 내보냄과 재교육, 위구르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강제 불임 시술과 낙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범죄는 국제 위원회 급 기관에서 다뤄야 하고 해당 범죄자들은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이미 작고한 위구르 지도자 이사 유수프 알프테킨(Isa Yusuf Alptekin, 1901~1995)의 어느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구르 민족은 말살이라는 엄중한 위험에 처했다. 그들이 이 위험을 피하지 못한다면 소멸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