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중국에서 자행되는 종교 박해를 지지하는 러시아의 반(反)컬트주의자 알렉산더 드보르킨과 그의 조직, 유럽연합컬트및종파연구정보센터를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2020년 7월 17일,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이하 USCIRF)는 ‘구(舊)소련과 러시아에서의 반(反)사교 운동과 종교 규제(The Anti-cult Movement and Religious Regulation in Russia and the Former Soviet Union)‘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새로 발행했다. USCIRF는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Act, IRFA)에 의거해 만들어진 독립적이고 초당적인 기구로 USCIRF 위원들은 미 대통령과 양당의 의회 지도자들에 의해 임명된다.
제목만 보면 보고서의 내용은 중국과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으며 실제로 핵심 주제도 러시아다. 하지만 이번 USCIRF 보고서와 중국 간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접점이 있다.
첫째, 보고서에는 알렉산더 드보르킨(Alexander Dvorkin, 1955~)의 활동에 대한 자세하고도 정확한 분석이 실려 있다. 알렉산더 드보르킨은 종교 단체들에 대해 스스로 ‘컬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반대하는 운동을 거의 30년 동안이나 해 온 러시아인이다. 보고서에도 나오듯 그는 러시아가 여호와의 증인을 박해하는 데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소수 종교 단체들을 공격하고 있다. USCIRF는 미국 정부에 ‘소수 종교 단체를 겨냥해 지속적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린 알렉산더 드보르킨과 그의 [조직], 성(聖)이레나에우스리옹정보컨설팅센터(Saint Irenaeus of Lyon Information-Consultation Center, SILIC)를 공개 비난’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에는 드보르킨 러시아 밖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비록 USCIRF는 드보르킨의 ‘유언비어 유포 캠페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드보르킨은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이 사교로 규정한 종교 단체들을 박해하도록 중공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드보르킨은 자주 중국과 홍콩을 드나들며 파룬궁 박해를 지원하고 중공의 양심수 장기 적출 행위를 부인하며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이하 전능신교)에 대한 박해를 성원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중공 역시 러시아에서 드보르킨이 벌이는 여호와의 증인 반대 캠페인을 지원하는 한편 그 방식을 중국에 도입했다. 중공은 드보르킨을 권위 있는 ‘러시아의 종파 연구 전문가’라고 소개하지만 USCIRF 보고서는 ‘신빙성이 없는 이론에 의거’해 종교에 대한 불관용과 차별을 조장하는 가짜 전문가로 본다.
둘째, USCIRF 보고서에도 나오듯, 드보르킨은 국제적으로 FECRIS, 즉 유럽연합컬트및종파연구정보센터(European Federation of Research and Information Centers on Sectarianism)라는 다국적 반(反)컬트 조직의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FECRIS는 드보르킨을 비롯한 몇몇 회원이 중국에서 자행된 중공의 파룬궁 박해를 지원한 것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중공의 반(反)사교협회도 보답으로 FECRIS가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한 여타 종교 단체에 대해 발행한 보고서들을 발행하는 등 선전해 주고 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파룬궁, 전능신교를 비롯한 여타 종교 단체들에 대해 자행되는 피의 박해를 정당화하고 장려하는 중국 기관들과 FECRIS, 즉 드보르킨은 상호 협력하는 관계임을 알게 된다.
셋째, USCIRF 보고서는 그것이 반(反)컬트 이데올로기 전반을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드보르킨은 1977년에서 1992년까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세뇌’와 ‘정신 지배’와 같은 유사과학적 개념으로 무장한 반(反)컬트 운동 사상”을 흡수했다. 반(反)컬트 사상은 신종교 운동을 ‘광신 집단’ 혹은 ‘기괴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개별 신자들은 자유 의지나 자신을 구할 능력도 없는 무력한 희생자로 묘사했다. 그로 인해 친구와 가족을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종교로부터 강제로 떼어놓는 행위가 정당화됨은 물론이고 심지어 ‘탈세뇌’ 작업이 장려되기까지 했다. USCIRF가 지적하는 것처럼 ‘종교학,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학술 분야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지만 드보르킨을 비롯한 반(反)컬트주의자들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학위를 받은 적이 거의 없으며 종종 신빙성 없는 이론과 방법에 의존해 자신들의 이념적 강령을 홍보할 뿐이다.’
이 점은 중국에 대해서도 중요하다. 사교로 규정된 단체들을 박해하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 말기였지만 중공은 사교를 ‘컬트’나 ‘사악한 컬트’로 번역하여 중국에서 전개된 사교 박해를 다른 나라들에서도 정당화하고 선전하려 했으며 사교에 대한 중국의 단속은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컬트’ 근절 노력의 일환으로 주장하는 등 해외에서도 사교를 문제삼도록 조장했다. 사실, 사교는 ‘비정통 교리’를 의미하는데 중국 역사에서 ‘비정통’이란 이념적으로 주류에서 벗어난 것이거나 권력을 잡은 정권에 의해 승인을 받지 못한 것 모두로 해석되어 왔다.
사교를 ‘컬트’로 번역한 것은 실수가 아니다. 중공은 국제 반(反)컬트 운동에 편승하여 반(反)컬트주의자들에게 동정적인 서양 언론으로 하여금 자기들이 사교로 지정한 각종 단체, 특히 전능신교와 파룬궁에 대해 자행되는 박해를 지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중공이 전능신교와 파룬궁에 대해 퍼뜨리는 가짜 뉴스가 신뢰받는 서양 언론에 의해 거짓말임이 폭로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남에도 이러한 중공의 캠페인은 때때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반(反)컬트 이념이 중공의 억압적인 반(反)사교 이념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반컬트 이념이 활개치는 곳이라면 중공도 쉽게 동조자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공식적인 연방 정부 위원회가 처음으로 반(反)컬트주의를 ‘종교 자유의 억압’을 겨냥한, 신빙성 없는 유사과학에 기반한 ‘이념’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