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전직 축구 선수 하오하이둥의 아들에게까지 미친 중국 공산당의 복수

중국 역대 최다 득점 축구 선수가 중국 정권을 비판하자 그의 아들 하오룬쩌가 세르비아 소속팀에서 방출되었다. 중국이 압력을 넣은 결과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하오룬쩌(郝潤澤)(출처: 트위터)

6월 7일, 비터 윈터는 하오하이둥(郝海東, 1970~)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하오하이둥은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면서 41골이라는 중국 역사상 최다 골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축구 선수다. 2002년 중국이 유일하게 월드컵에 진출한 것도 그의 골 덕이었다. 톈안먼 광장 학살 사건 기념일(1989. 6. 4)을 맞아 그는 아내 예자오잉(葉釗穎, 1974~)과 함께 대중 앞에 섰다. 예자오잉 역시 올림픽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출신의 스포츠 스타였던 사람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중에게 전한 메시지는 처음에는 그들도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을 신뢰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공은 ‘인류와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테러리스트 조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하오하이둥의 아들인 현재 23세의 하오룬쩌(郝潤澤, 1997~) 역시 프로 축구 선수다. 그는 스페인에서 여러 해 활약하다가 세르비아의 라드니츠키 니슈(Radnički Niš, 세르비아 제3의 도시 니시를 연고지로 한 축구 클럽)로 이적했다. 2020년 5월 31일, 그는 세르비아 슈퍼 리그에서 나프레다크(Napredak, 세르비아의 크루셰바츠를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를 상대로 치른 데뷔전에서 종료 몇 분을 앞두고 결정적인 동점 골을 기록했다.

5월 31일, 중공 관영 언론이 하오룬쩌에게 전하는 축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린 모습

중국 언론들은 하오룬쩌에게 축하 메시지를 날리며 그가 전설이 된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이며 장차 중국 국가대표팀에서도 뛰게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6월 3일, 하오룬쩌는 세르비안 컵 준준결승전의 라드니츠키 대 추카리츠키(Cukaricki,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추카리차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축구 클럽)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6월 9일, 그의 부모가 중공을 비판한 지 며칠 만에 라드니츠키 니슈는 별안간 하오런쩌를 방출했다.

국제 언론을 통해 비난이 쏟아지자 라드니츠키 니슈는 이번 일은 정치와는 무관하며 하오룬쩌는 5월 30일에 계약이 만료된 것일 뿐, 하오런쩌의 부모가 공개적으로 중공을 비난한 6월 4일 이전에 결정이 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라드니츠키 니슈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중국 언론조차 6월 3일에 하오룬쩌가 여전히 세르비아 팀에서 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5월 30일에 하오룬쩌의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만료되었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국제축구연맹 규정상 불법이다. 게다가 하오룬쩌는 나프레다크와 맞서 탁월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찬사를 들은 지 며칠 뒤에 방출된 것이 된다.

그러므로 라드니츠키 니슈는 거짓말을 했으며 하오룬쩌는 정치적 이유로 방출된 것임이 명백해진다. 중공이 하오하이둥의 가족에게 복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아들이 아버지의 죄로 벌을 받으므로 중국 용의 긴 팔이 세르비아에까지 뻗은 것이 확실한 셈이다. 더욱이 세르비아는 중국이 처참한 인권 기록 때문에 심사를 받았을 때 중국을 지지했던 나라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의 부편집장이자 유명한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제임스 팔머(James Palmer, 1978~)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겠네요. 하오룬쩌를 다른 유럽 축구 클럽이 영입할까요? 아니면 중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까요? 저는 두 번째에 걸겠습니다. 제가 볼 때 NBA 사태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팔머는 NBA 휴스턴 로키츠(Houston Rockets,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 농구팀)의 총괄 책임자 대릴 모레이(Daryl Morey, 1972~)가 홍콩 민주화 시위자들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후 중국이 보였던 반응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중공은 중국에서 여러 NBA 경기의 방송을 취소하는 것으로 화답했고, 수백만 명의 중국 시청자를 잃을까 두려웠던 NBA는 모레이의 트윗을 삭제하고 중국에 사과했다. NBA는 이로 인해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역겹다’는 맹비난을 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