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중국 공산당은 위구르 인종학살 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서게 될 것인가?

제아무리 중국이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관한 로마규정에 서명하지 않았더라도 런던의 로드니 딕슨 변호사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중국에 대해 사법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루스 인그램(Ruth Ingram)

헤이그: 중국 공산당이 인종학살을 비롯한 반인류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입을 연 로드니 딕슨(Rodney Dixon) 칙선변호사. 제일 오른쪽은 재교육 수용소 생존자이자 핵심 증인인 오메르 베칼리(Omer Bekali)

위구르인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인종 학살을 자행한 중국 정부가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하 ICC)에 서게 될 수도 있다.

중국 북서부에서 투르크족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인권 유린 범죄와 인종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관리들의 책임을 요구하는 위구르족에 의해 이번 주 ICC에 제출된 것이다.

동투르키스탄망명정부(East Turkestan Government in Exile, 이하 동투망명정부)와 동투르키스탄민족각성운동(East Turkestan National Awakening Movement, 이하 동투각성운동)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제출한 이번 증거에는 각종 인권 유린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다. 모든 해외 위구르 디아스포라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알려진 지역에 독립 국가 건설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두 단체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맞서는 이들의 행동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두 단체는 국제법 전문 영국 칙선 변호사(Queen’s Counsel, 영국 최고 등급의 변호사) 로드니 딕슨(Rodney Dixon)의 대리로 시진핑(習近平, 1953~)을 비롯한 중국 고위 관리들이 살인, 불법 구금, 고문, 강제 산아 제한, 불임 시술 등의 범죄를 통해 투르크족을 본고장에서 박멸하려는 끔찍한 정책을 집행 중임을 고발했다.

중국이 저지른 범죄를 국제법을 통해 책임을 물으려는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날’임을 천명하면서도 딕슨 변호사는 증거 제출일이 2009년 7월 우루무치(烏魯木齊)시 소요 사태 11주년임을 고려할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위구르인들에 대한 보복성 학살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주며 이번 시도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딕슨은 비록 중국은 ICC 설립으로 이어진 로마규정(Rome Statute)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2018년 ICC 판결에 따라 로마규정의 회원국에서 범죄가 시작하거나 종결된 경우 비회원국에도 사법권 발동이 허용되는데 ‘이번 건이 바로 그렇다’고 지적한다.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로힝야 무슬림들이 회원국인 방글라데시로 추방되거나 탈출한 것 때문에 미얀마가 기소되었던 것과 같은 원칙이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중국은 ICC 관할 밖에 있다고들 생각해 왔지만 더는 아닙니다.” 딕슨의 말이다. ICC 회원국인 타지키스탄과 캄보디아에서 위구르인들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어 박해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딕슨은 “ICC가 법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 매우 명백한 루트가 있는 상황”이고 “법을 이리저리 해석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증거들을 ICC에 제출하기 전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딕슨은 ICC의 담당 검사는 인종 학살을 조사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민족을 체포하고 박해하며 불임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한 민족으로서의 그들의 정체성을 희석하고 파괴하려는 행위입니다.”

이번 주 헤이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딕슨은 이번 사건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 북서부에 사는 수백만 명의 투르크족에게 가해진 박해에 여태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면서 “이는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기가 막힐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소를 지원하기 위해 워싱턴 DC에서 온라인으로 이뤄진 짤막한 성명에서 동투망명정부를 대표해 나선 굴람 오스만 야그흐마(Ghulam Osman Yaghma, 1956~), 살리흐 후다야(Salih Hudayar, 1993~), 압둘라하드 누르(Abdulahad Nur)는 ICC에 “개입해 우리를 구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2016년, 천취안궈(陳全國, 1955~)가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 문화, 언어, 종교는 물론이고 1천1백만 명이 넘는 위구르인들의 기본적인 자유마저도 옭아매기 시작한 이래로 저질러진 수많은 범죄에 더하여 세상에는 대부분 알려지지도 않은 역사적 범죄 사례들을 전했다. 1964년에서 1996년에 걸쳐 이뤄진 46건의 지상 핵실험으로 수천 명이 죽고 낙진으로 인해 수 세대에 걸쳐 진행 중인 기형아 출산과 암에 의한 사망을 비롯해 1949년 중공에 의해 그들의 땅이 소위 ‘침략’받는 동안 수십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살해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욱이 좀 더 최근에 수년에 걸쳐 위구르인 1천5백만 명의 생체 데이터가 채집된 것은 중공이 위구르인들에게 자행되고 있는 장기 적출에 연루되어 있다는 상당한 증거가 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중국과 중공에 의해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압둘라하드 누르가 말했다. “고통의 시간이 너무도 길었기에 우리 위구르인에 대한 인종학살을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위 재교육 수용소 생존자들의 직접적인 목격담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파일을 제출한 만큼 당사자들은 이번 건이 마땅히 진지하고도 긴급하게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담당 검사께서 우리가 제기한 사건의 가치를 직시하고 저들의 범죄를 공개 수사하여 정의를 구현하시기를 바랍니다.” 압둘라하드 누르의 말이다.

딕슨 씨는 증거 문서를 제출하는 것이 ICC가 본 사건을 접수하게 하기 위해 내딛는 첫 번째 작은 발걸음이었다고 경고했다. 기한을 딱히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검사가 위구르인들과 관련된 기록을 바로잡을 이번 기회를 허비하지 않기를 촉구했다.

“ICC도 말한 바와 같이 ICC 관할인 국제 범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면책받지 못합니다.” 그가 말했다. “로마규정의 시금석이 될 원칙 중 하나가 바로 면책의 종결입니다.” 그가 강조했다. “이 점은 명문화되어 있고 로마규정을 관통하는 원칙이며 ICC의 법리와도 연결됩니다.” 딕슨은 이번 위구르 증거와 같은 ‘엄중한 사안’을 진지하게 다루고자 설립된 것이 ICC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위구르 증거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ICC의 정당성이 정의”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같은 인류를 핍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은 정의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행위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원칙이 사문화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