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홍콩 시위자들을 혐오하도록 세뇌당하는 중국 학생들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적 신념과 이상의 영향을 받지 못하도록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세뇌 교육을 하고 있다.

장 타오 (江濤) 기자

홍콩의 여러 대학에서 경찰이 민주화 시위자들을 잔인하게 진압하면서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정부에 반대하는 중국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학생들은 소위 레넌벽(체코 공화국, 프라하에 있는 벽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며 1980년 팝가수 존 레넌의 사망 후 익명의 화가가 레넌의 초상화를 그려 넣으면서부터 레넌벽이라 불리기 시작했다.)의 온라인 버전을 만들어 그곳에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홍콩 대학생들에 대한 지지 성명과 함께 자신의 학생 신분증, 학위증 등을 게시하면서 연대를 과시했다.

중국 학생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자들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올리는 온라인 레넌벽 (인터넷 사진)

중국 당국은 중국 본토 거주자, 특히 젊은이들이 표출하는 이러한 연대 의식을 무척 불편해한다. 중국 중부 허난(河南)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비터 윈터에 폭로한 바에 따르면 각 학교의 행정 당국은 ‘현재 홍콩 상황의 기원과 본질 및 대학생들의 임무와 책임에 관한’ 교육 캠페인을 벌여 학생들이 시위자들에게 갖는 연대 의식을 통제하려 한다.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학교와 강의자는 달라도 이 캠페인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경찰 진압 후 홍콩시티대학(香港城市大學)의 모습 (Studio Incendo – CC BY 4.0)

이 과정을 가르치는 강의자들은 보통 정치 이념 교수가 전문인 마르크스주의 대학원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이 분야의 교수진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강의는 일방적으로 이념적 시각에서만 진행되며 진실은 찾아볼 수 없고 시위자들은 ‘폭도’로 묘사된다.

“이 홍콩 폭도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세요.” 강의에 참석했던 한 학생이 담당 교수가 수업 중에 시위자들을 촬영한 선전용 영상을 틀어 주며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 담당 교수가 시위자들이 내건 다섯 가지 요구 조건은 물론이고, 홍콩 시위의 분위기가 왜 갈수록 극렬해질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그저 ‘조국 분열을 획책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홍콩과 관련한 미국과 대만의 ‘더러운 계획’을 비난하기만 했을 뿐이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소위 ‘폭도’들에 대한 지지가 갈수록 확산하는 이유랍시고 내세운 것은 고작 돈이다. 인간 사슬을 만들거나 경찰서를 포위하는 데 참여하는 대가로 시위자들이 학생들에게 각각 1백 홍콩 달러(약 1만5천 원)를 제공했다는 식이다.

담당 교수들은 ‘현 중국 대학생들의 임무’를 ‘홍콩 폭동에 결연히 반대하고 어떤 형태로든 폭도들에 대한 연민이나 지지를 드러내지 않으며 중앙 정부와 일치해야 할 것’을 규정한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영원히 가장 충성스러운 애국자가 되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도 덧붙이는데 학생들은 정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적 사건이나 시위에는 절대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도 받는다.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 소재 어느 대학에서 파견 나온 한 교수는 수업 중에 국가는 ‘폭도들을 다루는 데는 강제 조치를 사용할’ 권한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중국 본토는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사회 안전 지수가 매우 높은데 홍콩에서 ‘실패’한 것은 모두 애국주의 교육이 부족한 탓이라고 몰아붙였다.

산둥성 어느 대학의 모습 (인터넷 사진)

이런 세뇌 교육이 일부 학생들에게는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자발적으로 애국주의 단체를 결성하는 학생들은 나타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은 감히 나서서 발언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학생은 어느 날 어떤 학생이 수업 중에 홍콩 시위자들에 대한 시진핑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교수가 즉시 그 학생을 제지하면서 ‘정치적 실수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되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 매우 유리한데 그런 발언이 공산당 가입 신청 시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콩 대학 입구에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세워진 바리케이드(Studio Incendo – CC BY 4.0)

“이미 학교에서 강의실마다 정보원을 심어두었습니다. 교실에서 누가 정보원으로서 자신들을 밀고할지는 학생도, 교수도 아무도 모릅니다.” 내몽골자치구 소재 어느 대학 교수의 폭로다. “요즘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환경 오염처럼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것 역시 금지됩니다. 수업 중에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말하기만 해도 ‘이념적 문제아’로 낙인 찍힐 수 있어요. 게다가 강의실에도 감시 카메라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어서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카메라들이 눈에 띄기만 해도 무섭다니까요.”

이 교수는 학교 행정 당국이 무작위로 수업에 들어 가서 교수진 사이에 ‘그릇된 이념 성향’을 가진 자가 있는지 평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산당원인 교수들의 경우 공식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동료 교수들이 공산당에 관한 부정적인 발언은 일절 하지 못하게 막으라는 명령까지 받은 상태다.

이 교수도 사적인 자리에서 어느 선전 문구에 사용된 시진핑의 발언에 대해 푸념하며 1989년 톈안먼 학살 사건을 언급했다가 동료 교수의 제지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