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아이들을 세뇌하는 ‘붉은’ 교육이 되어버린 중국 수학여행

중국 정부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면서 중국 학생들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주입식 교육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왕융 (王勇) 기자

시진핑은 2016년, 어느 연설에서 “혁명기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해야만 가르침을 잘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 3월 베이징에서 사상·정치 이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사상·정치 이론 교과 과정을 점차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기관에 개설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는 사회주의 대의명분에 동참할 잘 준비된 미래 세대들을 훈련하는 데 있어 든든한 보장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중국 전역의 학교에서는 중국 혁명 영웅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보는 이른바 ‘붉은’ 수학여행으로 학생들을 내몰기 시작했다. 이미 시행 중인 수많은 애국주의 교육 과정을 보완하는 이 붉은 수학여행은 이제 중국에서는 어떤 학교에 가더라도 전체 교과에서 필수 과정이 되고 있다.

10월 25일, 중국 북서부 산시(陝西) 바오지(寶雞)시 관할 펑(鳳)현에서 1천1백 명이 넘는 중고교 학생들이 홍군(1927-1946 사이의 중국공산당 무장조직) 군복을 입고, 홍군기를 들고, 홍군 군장까지 메고서 중국 혁명의 성지인 옌안(延安)시로 특별히 마련된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모두가 학교에서 조직한 ‘붉은 유전자를 계승하는 용감한 신세대 되기’라는 주제의 수학여행에 나선 것이었다.

어느 위챗 메시지에 올라온, 펑(鳳)현의 중학생들이 붉은 수학여행에 나선 사진의 캡처 (출처: 위채트 캡처)

나흘 동안 이어진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은 중국의 ‘붉은 수도’로 간주되었던 옌안시의 혁명 기념관을 비롯해 1930년대 당시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치른 전투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역사 명승지를 방문했다. 또한 연극을 관람하고 ‘선혈이 낭자한 전투,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벌였던 프롤레타리아 혁명 영웅들에 관한 보도와 이야기도 들었다.

학부모들은 학생 1인당 1천 위안(약 17만 원)의 여행 경비를 부담해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혁명 정신’에 관해 각자가 경험하고 이해한 바를 보고서로 작성해야 했는데 만약 교사들의 성에 차지 않으면 다시 작성해야 했다.

2016년 11월, 교육부가 다른 중앙 정부 기관들과 합작으로 ‘초중등생 수학여행 추진에 관한 견해’를 준비해서 채택한 이후로 중국 전역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동원해 각 혁명 기지를 방문하는 것이 교과의 필수 과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수학여행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하며 초중등생들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회 실천 활동의 하나로 간주되는 까닭에 상당수 학교에서 혁명 기지 방문은 이미 졸업 필수 요건이 되었다. 허난성 교육부에서도 혁명 기지 방문 시범 실시 학교 목록을 담은 공지를 발표했다.

“교과 과정에 수학여행이 추가되고 학교에서 배우는 여타 과목처럼 채점 평가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는 반대할 권리도 없습니다.” 허난성의 어느 학부모가 비터 윈터에 말했다.

홍군 군복을 입고 붉은 수학여행에 참여한 허난성 안양(安陽)시의 초등학생들 (출처: 내부 정보원 제공)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전역에 공산주의를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와 기반시설을 짓는 데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부어가며 이 ‘붉은 관광’이라는 것을 구축하고 있다. 2017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합동으로 발행한 ‘2016~2020년 전국 붉은 관광 프로그램 개발 개요’는 초중고교 및 대학을 막론하고 학생들의 과외활동과 붉은 관광을 결합하라고 지시한다. 모든 학생은 애국주의 교육과 혁명 교육의 일환으로 붉은 관광 경관구에 단체 수학여행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붉은 수학여행은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현재 중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11월 21일, 1920년대 중국 공산주의자들과 홍군이 벌인 투쟁을 직접 경험해 본다는 명목으로 중국 북동부 장시(江西)성 간저우(赣州)시에서 2백 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이 홍군 군복을 입고 애국주의 노래를 부르며 징강산(井岡山)시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징강산을 본떠 이름을 만든 징강산시는 후난(湖南)성 접경의 현(縣)급시로 ‘중국 혁명의 요람’으로 불리는 곳이다.

영상: 장시(江西)성 완안(萬安)현의 초등학생들이 징강산 혁명 열사묘에서 활동을 벌이는 모습

“저희 반에서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안 그러면 과외활동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중국 북동부 랴오닝(遼寧)성의 어느 중학생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과외활동에서 점수를 못 받으면 졸업을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아픈 아이 한 명을 빼고는 모두가 수학여행을 갔어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저 나이 때 학생들에게 현재 학교에서 교육이랍시고 하는 것이 온통 ‘공산당 사랑’ 타령뿐이니 이걸 어떻게 정상적 교육이라 할 수 있나요?” 어느 학부모의 말이다.

“수학여행 중에 선생님이 우리에게 공산당 입당 선서 내용을 맹세하라고 하셨어요.” 붉은 수학여행에 참여했던 장시성의 어느 중학생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그래서 선생님을 따라서 구호를 외쳤는데 ‘평생 공산당을 위해 투쟁하고 당과 인민을 위해 일체를 희생할 준비를 항시 하며 결코 당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을 땐 ‘당과 인민을 위해서 내가 뭘 희생해야하지?’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갈수록 학생들에 대한 정치 교육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산주의 영웅들의 용감한 사적을 외우고 애국주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군대 열병식을 보라는 강요를 받아요. 이런 모든 활동 후에는 감상문을 써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붉은 수학여행을 가야만 하지요.” 허난성의 어느 교사가 말했다. “학교에서 정치가 학습보다 더 중요해지고 말았습니다. 문화혁명 때와 똑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