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허난성과 허베이성에서 수많은 민간 신앙 사당 철거돼

공산주의 정권이 모든 종교를 뿌리 뽑으려 하면서 수 세대에 걸쳐 중국 시골 생활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민간 신앙 사당들도 극심한 박해에 시달리고 있다.

선 신란 (沈心然) 기자

토착 민간 신앙은 중국 시골 공동체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현지의 문화, 관습, 전통 등의 보존에 지대한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화혁명 기간에 혹독한 탄압을 받았던 이 토착 민간 신앙 사당들이 현대 시진핑(習近平, 1953~) 치하에서도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박해에 또다시 시달리고 있다.

4월부터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 정부는 현지 시골 공동체에 존재하는 민간 신앙 사당들에 대한 대규모 탄압에 돌입했다. 비터 윈터는 이미 허베이성 한단(邯鄲) 지(地)급시에서 4월부터 이런 사당들이 85채나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새로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이렇게 파괴된 사당의 수는 104채로 증가했으며 추가로 110채의 사당들이 폐쇄되거나 용도 변경되었다.

5월 초, 한단시 한산(邯山)구의 어느 (村)에 소재한 양선묘(楊仙廟)와 문장야묘(文章爺廟)가 현지 관리들의 명령을 받은 굴삭기 한 대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모든 신상들 역시 파괴되었음은 물론이다. 인근에 있던 내내묘(奶奶廟)와 구야묘(九爺廟)의 신상들 역시 철거되었고 입구는 봉해졌다.

한산(邯山)구에서 철거된 어느 민간 신앙 사당의 모습

“사당들을 깡그리 철거하는 것은 국가 정책입니다.” 철거 작업에 참여한 어느 촌(村) 관리가 말했다. 그로서도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지만 쫓겨나지 않으려면 명령에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철거 작업 전에 저도 제사를 올렸습니다. 신령님들께 저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상관들이 하라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그 관리의 하소연이다.

5월 중순, 한단시 융녠(永年)구 샤오시바오(小西堡) 정부도 굴삭기 여러 대를 동원해 관야묘(關爺廟)를 비롯해 세 채의 민간 신앙 사당을 철거했다.

일부 사당 소유자들은 철거와 더불어 그로 인한 신령님들의 노여움도 피하고자 신령님들께 바쳐진 신상들은 보이지 않게 덮고 건물은 공공 활동 장소나 운동 센터로 개조했다. 그런 사당 중 한 곳은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주석 기념관’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일부 민간 신앙 사당들이 활동 장소나 운동 센터로 개조된 모습

“이곳은 더는 사당이 아닙니다.” 이렇게 개조된 사당 중 한 곳의 관리자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활동 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향로는 국기로 대체되었죠. 그래도 개조를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현지 정부가 철거해 버렸을 겁니다. 문화혁명 때 같아요.”

당 선전 포스터로 촌(村) 사당 두 곳의 입구를 막은 모습

사당 철거 캠페인은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에서도 한창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가 풀린 이후, 린저우(林州) 현(縣)급시 정부는 관할 구역 내에서 종합적인 민간 신앙 사당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린저우시 관할 허젠(合澗)진의 어느 촌(村) 관리는 메신저 앱인 위챗을 통해 현지 종교사무국으로부터 ‘5월이 끝나기 전에 민간 신앙 사당들을 철거 및 용도 변경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비터 윈터에 털어놓았다. 명령 문자에는 ‘모든 촌(村)은 이 과업을 완수해야 하므로 대강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경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촌(村)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정부 캠페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허젠(合澗)진의 수많은 촌(村) 사당들이 강제 철거된 모습

린저우시 전린(振林)구 핑팡좡(平房莊)촌의 관제묘(關帝廟)도 5월 16일 새벽 3시경 철거되었다. 어느 목격자가 비터 윈터에 전한 바에 따르면 현지 관리 한 사람이 서른 명이 넘는 인력과 굴삭기 한 대, 대형 트랙터 한 대를 끌고 관제묘에 나타났다. 그들은 84살 고령의 관제묘 주인을 묘에서 거칠게 끌어내 길가에 내던졌다. 인부들은 먼저 신상들을 때려 부수더니 다음으로 묘의 철거에 나섰다. “그들은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서로 손을 잡고 묘 주위에 둘러섰습니다.” 목격자의 말이다.

“뭐가 구리길래 낮이 아니라 강도처럼 밤중에 묘를 철거하러 왔을까요?” 또 다른 주민이 말했다.

같은 촌(村)에 있던 또 다른 민간 신앙 사당 두 채—토지묘(土地廟)와 송자관음묘(送子觀音廟)—도 순식간에 철거되었다. 전린구 시취안(西券)촌과 차이상(採桑) 투먼(土門)촌에 위치한 여러 채의 내내묘와 토지묘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촌(村) 관리는 현지 정부가 민간 신앙 사당 철거용으로 따로 자금까지 배정했다고 실토했다. “굴삭기와 대형 트랙터 임차비를 비롯하여 모든 비용을 채워 주려고 보조금도 지급합니다.” 그 관리의 말이다. 그는 인근 여덟 개 촌(村)에서도 단 하루 만에 스무 채가 넘는 사당들이 철거되었다는 소식 역시 전했다. 현지 관리들은 위챗 단톡방을 통해 종교사무국에 하루도 빠짐없이 철거 관련 보고를 올리라는 명령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