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홍콩, 최악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비터 윈터, 경찰 진압 장면 독점 공개. “홍콩 시민들을 양팔 벌려 맞아 줄 나라가 있을까?”

마르코 레스핀티(Marco Respinti)

5월 28일, 중국은 홍콩의 자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새 국가보안법을 도입했다. 안타깝게도 홍콩 특별행정구 인권 문제의 세계적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베네딕트 로저스(Benedict Rogers, 1974~)가 예상했던 악몽이 현실이 된 것이다.

‘조팡(Jo Pa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어느 홍콩 독립 언론인이 있다. 그녀는 언제나 홍콩 시위 현장의 한복판에서 비터 윈터에 소식을 전해 준 사람이다. “홍콩은 현재 정치적 태풍의 눈에 들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저는 적어도 ‘일국양제’의 환상이 마침내 사라지고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민낯이 세상에 폭로된 것은 기쁩니다.”

사실 중국 정권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로 홍콩과 같은 ‘정치적 섬’을 용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저 홍콩을 억압할 충분한 힘이 생길 때까지 홍콩의 대외적 가치를 어쩔 수 없이 수긍한 것이며 이제 그때가 온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심지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언론이며 감시자들까지도 상당수가 ‘중국식 방안’을 인류 구원 모델로 칭송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4년 ‘우산혁명’이 진압되고 2019년 말과 2020년 초 새로운 민주주의 연합이 결성된 것이 그 무대가 되었고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모든 조건이, 그게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5월26일의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 ‘조팡’은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 중 하나이자 중공과 그 꼭두각시에 불과한 홍콩행정부에 맞선 역사적 시위의 심장부인 몽콕(旺角)을 찾았고 비터 윈터에 독점 제공할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

영상에는 어느 젊은이가 경찰을 ‘검은 경찰’ 즉 조폭과 결탁한 도적이라고 비난하자 경악스럽게도 열 명이나 되는 경찰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하고 체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과잉 진압이라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뻔한 사실이었다. 그때 경찰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본 몇몇 용감한 홍콩 노인들이 경찰을 가리켜 “경찰과 중공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며 과잉 진압에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자 경찰은 모여 있던 군중들을 불법 집회로 규정하더니 해산하려고 했다. ‘조팡’은 해산 과정을 영상에 담을 수는 없었다.

“유명 관광지인 몽콕의 던다스 스트리트(Dundas Street), 산둥가(山東街), 네이선 로드(Nathan Road) 를 따라 시위자들이 가득했고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조팡의 말이다. “경찰이 군중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자 시위자들은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친구가 물 두 병을 사 주었습니다. 한 병은 마실 물이었고 다른 한 병은 페이퍼 스프레이에 당할 경우 눈을 씻기 위한 물이었죠.”

조팡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 홍콩의 모든 민주 시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다. “내 고장을 지키려는 행위가 처벌로 귀결된다면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계속 싸울 테지만 누군가는 두려워서 홍콩을 떠날 방법을 찾으려 들 겁니다. 문제는 홍콩 주민들을 양팔 벌려 맞아 줄 나라가 있느냐는 거죠.”

며칠에 걸쳐서 시위와 진압이 반복되었지만 위험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우리도 압니다.” 조팡이 말했다. “최악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