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클라이브 해밀턴과 머라이케 올베르크 공저, ‘숨은 손’ ㅡ 중국 공산당이 세상에서 없애고 싶어 하는 책

중국 공산당이 서양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학자 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하루가 멀다고 확대되고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을 위해 대변하고 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캐나다, 영국,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 동시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누군가의 협박 때문에 호주의 학자로 찰스스터트 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에 몸담고 있는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1953~)과 독일인 연구가이자 게르만마셜펀드(German Marshall Fund of the United States) 소속인 마레이케 올베르크(Mareike Ohlberg) 공저, ‘숨은 손: 중국 공산당이 세계를 재편하는 방법(Hidden Hand: Exposing How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s Reshaping the World)’의 6월 발행이 무산된 것이다. 법적 조치 운운한 주체는 친(親)중국 성향의 영국인 사업가 스티븐 페리(Stephen Perry)와 그가 관여하는 조직인 ‘48그룹클럽(48 Group Club)’이지만 이 서양인 조력자들의 뒤로는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뚜렷이 보인다.

해밀턴이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진 것은 2018년 ‘소리 없는 침략: 중국공산당이 호주를 꼭두각시 국가로 만드는 방법(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을 출판하면서부터다. 중공과 그 조력자들이 앨런&언윈(Allen & Unwin) 출판사를 협박해 막판에 출간이 무산되긴 했지만 이 책은 하디그랜트(Hardie Grant) 출판사(빅토리아, 리치몬드)로 옮겨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친(親)중국 성향의 호주 학자들은 ‘소리 없는 침략’을 대화와 경제 협력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자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중국과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끄집어낸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이런 입장은 2018년에도 이미 지지를 받기 어려웠지만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 강제 도입, 코로나19 은폐, 신장과 티베트 소수 종교단체 끔찍한 탄압, 그리고 중국 전역의 종교 탄압에 대한 새로운 폭로 이후인 2020년에는 아예 터무니없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친(親)중국 성향의 학자들은 ‘숨은 손’의 영어판(독일어판은 5월에 이미 출간)이 마침내 출간되었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해댔다.

이 모든 것에 쐐기를 박은 사람은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1963~) 미 국무장관이다. 7월 23일, 리처드닉슨도서박물관(Richard Nixo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에서 그가 한 연설은 그 역사적 의의만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해당 연설에서 폼페이오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간 승인과 사업 관계를 통해 중국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닉슨 독트린의 정책 무효를 선언했다. 닉슨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닉슨 독트린이 예언한 일은 일어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폼페이오는 우리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못하면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 최근의 선언에 대한 광범위한 주석에 해당하는 해밀턴과 올베르그의 책, ‘숨은 손’은 중공이 이미 우리를 바꾸고 있으며 이는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보여준다. 책은 내용이 매우 광범위해서 쉽게 요약할 수 없지만 시진핑(習近平, 1953~) 치하의 중공은 마르크스(Marx, 1818~1883), 레닌(Lenin, 1870~1924), 스탈린(Stalin, 1878~1953),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을 승계했다고 주장하는 당으로, 중국을 세계 유일 패권 국가로 만들고 모든 당면 문제 해결에 있어서 민주주의보다 공산주의가 우월함을 세계 각국에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임을 상기시킨다. 마오쩌둥과 마찬가지로 시진핑도 인류를 세 부류로 나눈다. ‘붉은’ 친구, 합법이든 불법이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없애버려야 하는 ‘검은’ 적, 그리고 ‘붉은’ 친구들과 함께하도록 매수할 수도 있고 설득할 수도 있는 ‘회색’ 중립파가 그것이다.

이 책의 긴 목차는 시진핑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이념적으로 경도된 약간의 ‘붉은 친구들’과 매수되거나 협박되거나 그도 아니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설득’된 수많은 ‘회색분자들’이 어떻게 서양 사회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보인다. 이런 이들은 모든 국가와 모든 정파에 다 있다. 책에 따르면 가령 트럼프(Trump, 1946~) 대통령 일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Joe Biden, 1942~) 일가에도 중공 소유의 기업이 있으며 이들은 중국과 중요한 경제적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전임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W. Bush, 1946~)의 동생인 닐 부시(Neil Bush, 1955~)는 통일전선부와 연계된 기관들이 주최한 친(親)중국 성향의 컨퍼런스 여러 곳에서 연설했고 미치 매코넬(Mitch McConnell, 1942~) 상원 다수당(공화당) 원내대표는 중국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매코넬의 아내 일레인 차오(Elaine Chao, 1953~)는 중국계 미국인이자 현 미국 교통부 장관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중공 고위직들과 십여 년에 걸쳐 관계를 맺고 있다.

호주도 예외가 아니다. 전임 총리인 폴 키팅(Paul Keating, 1944~)은 인권은 ‘서구적 가치’의 일부로 중국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중국 정부야말로 ‘지난 30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정부들 중 최고! 이상 끝!’이라고 추켜세웠다. 프랑스라고 다를까? 책은 역시 전직 총리를 지낸 장 피에르 라파랭(Jean-Pierre Raffarin, 1948~)을 중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영업사원 수준으로 묘사한다. 그는 시진핑이 직접 건넨 ‘당 최고의 감사 표시’인 우정 훈장을 받은 몇 안 되는 서양인 중 하나다. 2018년, 라파랭은 마크롱(Macron, 1977~) 대통령에 의해 중국 특사로 임명된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영향력 있는 사업가와 정치가들이 포진해 있는 ‘48그룹클럽’이, 유럽의회에서는 체코 의원인 얀 자흐라딜(Jan Zahradil, 1963~)이,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에 수년을 거주했으며 중공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도 하는 미셸 게라시(Michele Geraci, 1966~) 전 국무부 차관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중공의 긴 팔은 각국 중앙 정치인에게만 뻗어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해외 현지 당국과 협력하는 체계적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이들 현지 당국은 흔히 중공의 본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체 해당 지역에서 중공 선전 행사를 열고 티베트 난민이나 파룬궁 수련자들이 벌이는 반(反)중국 항의 시위는 막는다. 해밀턴과 올베르그는 미국 아이오와(Iowa)주 머스커틴(Muscatine)을 예로 든다. 이 작은 도시는 미국에서 중국의 국가적 중대사에 맞춰 친(親)중국 행사가 열리는 거점이 되었다. 책은 중공이 강박적으로 서구 사회에서 파룬궁 측이 행사를 개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면서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스페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얼마나 극악하게 마드리드 왕립극장(Madrid’s Royal Theater)과 같은 곳을 설득해 파룬궁 션윈 예술단(神韻藝術團)의 음악과 춤 공연을 취소시켰는지를 자세히 기술한다.

중공은 해외 거주 중국인을 비롯해 언론인, 사업가, 학자들도 협박하거나 조종한다. 거대 회사들도 중국과 엄청난 액수의 거래를 맺을 수 있다는 기대에 혹해 중공의 지지자가 된다. 대학 역시 중국 유학생들이 내는 학비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엄청나지만 딱히 그게 아니라도 중국이 서구 학계에 침투해 좌지우지할 방법은 거의 무한하다. 이를테면 대학 출판사를 겁박해 친(親)중국 성향의 책들은 내고 중공에 비판적인 책들은 내지 못하게 한다.(저항하는 출판사들도 있기는 하다.) 일부 대학은 우리가 아는 대로의 인권은 인류에 보편적이라기보다는 ‘서양식’이라서 중국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세계를 설득하는 것이 목적인 중공 선전 기관, 중국인권연구학회(China Society for Human Rights Studies)와 협력하기까지 한다. 물론 공짜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중공은 금융회사와 정책연구소들에도 침투해 있다. 책에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이름이 종종 등장하는데 골드만삭스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는 쑹빙(宋冰)이 친(親)중국 성향인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의 간판 스타 중 하나인 다니엘 벨(Daniel Bell)과 결혼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심장하다. 베르그루엔 연구소는 어느 독일계 미국인 억만장자에 의해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설립된 정책 연구소로 책의 저자들에 따르면 중공중앙선전부와 협력 관계에 있다.

저자들은 두 가지 요소가 상황을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것과 일대일로(一帶一路)가 그것이다. 두 저자는 이탈리아와 중국이 체결한 일대일로 각서가 이탈리아 국영 텔레비전 통신사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 기관 간 협력의 발판이 되었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해당 중국 기관의 목적이 이탈리아 내에서 중공을 선전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다른 일대일로 각서 사례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책에는 멍훙웨이(孟宏偉, 1953~)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온갖 공작으로 멍훙웨이를 국제형사경찰기구, 즉 인터폴(Interpol) 총재의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으나 겨우 2년 후인 2018년에 돌연 그를 ‘퇴각’시키더니 2019년이 되자 부패 혐의를 씌워 13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실 멍훙웨이는 세계 위구르 회의의 돌쿤 이사(Dolkun Isa, 1967~) 의장이 2017년 이탈리아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는데도 인터폴을 통해 그를 넘겨받지 못한 것 때문에 처벌을 받은 것일 수 있다. 당시 돌쿤 이사는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 몇몇 이탈리아 정치인들 덕분에 신속히 풀려날 수 있었다.

중국이 현재 세계를 바꾸고 있을까? 책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우리는 중국을 러시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러시아 역시 선전을 이용해 서양 세계에 침투하고자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탓에 중국처럼 투자하지를 못한다. 친(親)중국 성향의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이 옳다. 중국이 세계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길은 중국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인민들의 가장 중요한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중공의 포악한 독재정치로부터 해방되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