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인명보다 검열이 더 중요한 중국 정부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 공산당은 해외 언론사의 중국 주재 기자들을 추방하고 시민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한편 진실을 감추는 데 공을 세운 자들에게는 상을 내리고 있다.

바이 린 (白林) 기자

신화통신의 랴오쥔(廖君) 기자와 고(故) 리원량(李文亮) 의사(인터넷 사진 합성)

올해3월 18일,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정부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중국 주재 기자 13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고 그들이 ‘앞으로 홍콩 및 마카오 특별행정구를 포함하여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언론인으로서 활동 허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는 와중에 내려진 이러한 조치는 무책임할 뿐 아니라 중국의 언론 자유에 지금보다 더욱 심한 규제가 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성명 발표 열흘 전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영웅적’ 보도 행위를 보였다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여성 언론인 랴오쥔(廖君)을 극찬한 바 있다. 그녀는 1월 초에 작성한 기사에서 바이러스 관련 ‘소문을 퍼뜨리는’ 여덟 사람을 언급하면서 사람 간 전파의 증거는 없다는 중국 보건 당국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런데 그녀가 언급한 여덟 명 중 하나가 바로 리원량(李文亮) 의사로 그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첫 인물이며 중국 당국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중국 누리꾼들은 랴오쥔의 보도를 비판하면서 그녀가 작성한 기사들을 ‘인민을 호도’하는 ‘가짜 뉴스’로 못 박았다. 어떤 누리꾼은 지난해 12월, 우한(武漢)시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우한시 여행을 취소했으나 랴오쥔의 기사를 읽고 다시 갔다가 지금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우한시에 갇히게 되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이 랴오쥔의 기사만 믿고 결정을 내렸다가 자신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이의 목숨까지 잃는 일을 겪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중공 중앙선전부 직속의 중앙지 광명일보(光明日報)는 ‘시류에 맞서는 여성 언론인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랴오쥔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당일 국무원정보국에서 개최한 기자 회견에서 랴오쥔은 ‘코로나19에 맞선 최전방 여성 노동자’ 일곱 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 그녀는 ‘중국 정신과 역량’ 운운했으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리원량 의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수천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중국 본토의 어느 언론인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중공 관영 언론이 진실을 보도했더라면 전염병 확산은 예방할 수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공이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언론 자유의 억압을 지속할 뿐이죠.”

해외 언론인들은 추방되고 중국 국내 언론은 정부의 눈치만 보는 일이 계속되면서 중국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외부 세계의 입장에서는 중국 시민 기자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시민 기자들은 중공의 핵심 표적이 된 지 오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보도한 수많은 시민 기자들이 처벌을 받거나 실종되었다.

“기자들은 십자가나 모스크가 철거되는 사진 한 장 찍은 것 때문에 체포되어 ‘국가 권력 전복 및 국가 기밀 누설’ 혐의를 뒤집어쓸 수도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어느 비터 윈터 기자의 말이다.

전에 닝샤후이족(宁夏回族)자치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어느 비터 윈터 통신원에 따르면 주민들은 중공의 박해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극도로 말조심한다. 자신이 투옥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될까 봐 두려워 속마음을 감히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질문을 하는 기자가 주민들의 국가관을 은밀히 조사하는 비밀 정부 요원일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저의 집에도 식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시할 목적으로 정부가 설치한 감시 장비가 있습니다.” 닝샤후이족자치구에 있는 어느 관영 모스크 소속의 한 이맘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낯선 이가 문을 두드릴 때마다 정부에 보고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