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3살 유아에서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공산당 사랑’ 강제 교육은 전국적으로 예외가 없다.
왕 융 (王勇) 기자
중국 동부 연안 저장(浙江)성 성도인 항저우(杭州)시의 어느 주거 단지에는 토요일 오후만 되면 의용군 행진곡(중국 국가)이 울려 퍼지는 통에 주민들은 주말 오후를 느긋하게 즐길 수가 없다.
“돌아버리겠어요.” 이 단지에 사는 어느 고교생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방을 나서며 말했다.
“학교에서도 정오와 저녁 자습 시간에는 강제로 국가를 불렀으면 됐지.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동네에서 또 국가를 듣게 되네요. 어떻게 가는 곳마다 홍가(紅歌, 혁명 노래)가 나오죠? 머릿속에는 홍가가 가득해서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돼요.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고 노이로제에라도 걸렸는지 차분히 숙제에 집중할 수도 없어요.” 그가 어머니에게 하소연했다.
아들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몰랐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 매일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애국 홍가들 소리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정말 미쳤어요.” 그녀가 비터 윈터에 말했다. “홍가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어요. 학교와 직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길거리에서도요, 소셜미디어도 홍가와 선전으로 넘쳐나죠. 운전 중에 경쾌한 음악을 들으려고 라디오를 켜면 거기에서도 애국 홍가가 흘러나와요. 어른들도 멘붕이 오는 판에 아이들이 오죽하겠어요.”
시진핑은 말했다. “혁명 전통의 교육은 어린이들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이들의 두뇌에 지식을 넣어주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들의 감성 교육에도 총력을 기울여 붉은 유전자가 그들의 가슴에 뿌리박게 해야 합니다.”
‘붉은 문화’ 교육을 장려하는 시진핑의 정책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애국적인 ‘공산당 사랑’의 정서를 심는 것이 현 정권 최우선 목표 중 하나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 자오저우(膠州)시 교육국에서 편찬한 어느 중학교 교과서는 제목이 아예 ‘붉은 유전자의 계승과 젊은 세대 양성’인데 서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 시진핑의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 학생들이 ‘공산당과 국가 사랑’의 정서를 함양하고 당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지도하여 그들의 마음에 숭고한 이상과 신념이 깊이 자리하도록 한다.”
중국 전역에서 올해 ‘붉은색’이 유난히 창궐했다. 중화 인민 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올 10월 1일 국경절에는 중국 전역이 온갖 선전과 이념 활동들로 뒤덮였다.
중국 남동부 장시(江西)성의 어느 학부모에 따르면 국경절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준 숙제는 인민 해방군의 열병식과 시진핑의 연설을 시청하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학급에 제출해야 합니다. 숙제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체벌까지 감수해야 하죠.” 학부모의 말이다.
그런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유아들마저도 유치원 입학 첫날부터 ‘붉은 문화‘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유아들마저 세뇌 교육을 받습니다. 아무것도 이해 못해도 말이죠. 아이들은 그저 칭얼대거나 울기만 합니다.” 장시성 이춘(伊春)시의 어느 유치원 교사의 말이다. “아기들에게 강제 세뇌 교육이라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9월 28일, 장시성 펑청(豐城)시에 있는 켐브리지셔주 보러 예의 유치원(劍橋郡博樂禮儀幼兒園)에서는 ‘홍군 대장정’을 주제로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여자는 모두 군복을 입어야 했는데 복장 장만 비용은 모두 학부모 부담이었다.
“그저 당에 충성심을 보이라며 이 더운 날씨에 이런 행사를 연 겁니다.” 어느 학부모의 말이다. “두세살 짜리 애들이 뭘 안다구요.”
산둥성 웨이팡(濰坊)시 관할인 창이(昌邑)시에서는 어느 유치원 원생들이 중국 혁명 영웅들의 전통 학습을 국경절 숙제로 받는 바람에 학부모들은 3살배기들을 ‘붉은 교육 기지‘에 데려가야 했다.
이 유치원 원생들은 의무적으로 국기도 게양하고 국가도 불러야 한다. 이토록 어린 아이들이 강제 세뇌로 첫 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문화 혁명 시대로의 퇴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학부모들도 상당수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