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베이징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중국 공산당은 유럽 연어를 원인으로 지목

코로나19가 베이징에서 갑자기 터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 선언으로 장식되었어야 할 시진핑 생일 잔치가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선전 기관은 즉각 유럽 연어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전염병이 재발발한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시장의 모습(N509FZ – CC BY-SA 4.0

6월 15일, 시진핑(習近平, 1953~)의 67번째 생일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진핑은 21세기 핵심 마르크시즘 사상가로 칭송되었다.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그는 과거 저장(浙江)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당 위원회 서기로 있을 때 사스(SARS)를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중공은 이때의 경험이 그가 이번 코로나19 방역에서도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홍보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이다. 시진핑의 생일 잔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리’ 선언은 고사하고 베이징에 행정구역별로 차츰 봉쇄 조치가 내려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코로나19가 베이징에서 재발발했으며 그 성장세가 ‘폭발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공에게 가장 큰 폭탄은 중공의 선전이었다.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고 시진핑의 놀라운 지도력 덕분에 중국이 세계의 모범으로 우뚝 섰다던 그간의 선전 문구들이 별안간 폭삭 망한 것이다. 6월 7일, 중공은 의기양양하게 ‘백서’를 간행했다. 시진핑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여타 중요한 회의는 물론이고 중공중앙위원회 정치국 상임위원회 회의만 해도 14차례나 주재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백서였다. 물론 국제 언론들은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백서’는 선전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했다. 베이징 사태 역시 중국이 방역에서도 성공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공’ 신화의 몰락은 중공에게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만약 베이징의 상황이 우한(武漢)시에서 코로나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만큼이나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중공이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면 베이징의 실제 확진자 수는 보도된 것보다 아마도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구 전략은 벌써 가동하고 있다. 시진핑의 계획이 완벽과는 거리가 멂을 중공이 인정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중국 선전 기관들이 이미 이번 재발발 사태가 서양의 탓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북유럽이 표적이 되었다. 중국 당국이 베이징의 상황이 ‘폭발적’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지 몇 시간 만에 바이러스가 북유럽에서 수입되어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시장의 도마에 올랐던 연어에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돌기 시작했다.

베이징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양펑(杨鹏)이라는 이름의 연구원은 중국중앙방송에 출연해 “게놈 전체 서열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는 유럽 쪽에서 건너온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번 질병은 해외에서 들어왔다는 것이 저희의 결론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베이징 보건위원회의 어느 관리는 금융전문언론 차이신(財新)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양평의 의견은 ‘질병예방통제센터에 근무하는 어느 연구원 개인의 과학적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이신 미디어도 자체적으로 연어가 아니라 연어가 다뤄졌던 베이징 신파디 시장의 도마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연어를 오염시키고 그 연어가 포장된 상태로 유럽에서 중국까지 오는 동안 바이러스가 멀쩡할 수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러스가 북유럽에서 왔다는 자기네 선전을 자신도 전적으로 믿지는 못했던지 중공은 신파디 시장 담당 관리들을 처벌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공의 선전 대변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대형 신파디 시장에 대한 중국의 관리 부실이 아니라 유럽 연어가 원인이다며 세계를 현혹하려 들었다. 평소 중국에 친화적인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베이징 바이러스의 기원은 ‘불명확’하다면서 한 발 정도만 물러선 것은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WHO조차 수입 연어를 ‘1차 원인자’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중공의 이런 미심쩍은 주장은 얼토당토않게 모든 나쁜 일은 외국 탓으로 돌리려는 중공의 평소 성향이라고 보는 편이 제일 무난하다. 또한 중공의 공식 선전이 이번 바이러스 사태 재발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