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하나님 대신 공산당을 찬양하는 ‘중국화’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금지된 중국에서 관영 삼자교회만큼은 중국 어디서든 예수의 탄생을 축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단 ‘붉은’ 혁명 노래와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야만 한다.

탕 저 (唐哲) 기자

2018년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정부는 2019년에도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내렸다. 크리스마스를 서구적 가치의 하나로 간주하여 크리스마스 관련 물품의 판매는 물론이고 공공장소에서든 사적으로든 모임을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기독교인에게는 가장 큰 명절임에도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예배소가 특히 엄중한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 중부 허난(河南) 상추(商丘)시 관할 닝링(寧陵)현의 어느 삼자교회 설교자에 따르면 닝링현 기독교 양회(兩會) 회장은 12월 2일 현(縣) 내 삼자교회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예배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일부 교회는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철저히 ‘중국화’되어 크리스마스라기보다 뻔한 공식 정부 행사와 같았다.

가령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허난성 쉬창(許昌)시의 어느 삼자교회에서 열린 예배는 종교 사역을 감독하도록 관할 지역에 배정된 현지 관리의 감시 아래 15명의 합창단이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합창단의 머리 위에는 ‘국가를 부르며 성탄절을 즐기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영상 01: 쉬창시의 어느 삼자교회 신자들이 국가를 부르는 모습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아니라 국가를 불러야 하죠?” 어느 신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정말 슬프네요. 합창단이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봐야 한다니. 이거 신성 모독 아닌가요?”

“이것은 국가 정책입니다.” 또 다른 신자의 설명이다. “올해 성탄절에는 가장 먼저 국가부터 부르고 봐야 합니다. 이를 영상에 담아 종교사무국에 제출하지 않으면 성탄절 기념행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되고 교회는 폐쇄될 겁니다. 우리뿐이 아닙니다. 현재 공인 5대 종교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관리들의 감시하에 모두 국가를 불러야 합니다. 정부는 종교의 확산세가 커질 것을 우려해 지속해서 탄압을 가하고 있어요. 권력자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가는 예배소가 철거될 겁니다.”

상추시 샤이(夏邑)현 성관(城關) 중앙교회 신자들은 실제 성탄절보다 사흘 이른 12월 22일에 성탄 기념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어느 신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휘두르는 가운데 12명의 신자들이 군복을 입고 무대 위에서 중국 혁명가 중 하나를 개작해 만든 ‘그리스도의 훌륭한 군대’라는 찬송가에 맞춰 춤을 추었다.

영상 02: 샤이현 중앙교회 신자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모습

“이것은 성탄 예배도 아니고 하나님 찬양도 아닙니다. 그저 중공의 군대 열병식이네요.” 어느 신자의 말이다.

중국 남동부 장시(江西)성 이춘(宜春)시 관할 상가오(上高)현의 어느 삼자교회는 성탄 예배 상세 계획을 크리스마스 2주 전에 통일전선공작부(UFWD, 이하 통전부)에 보고해야 했다. 그렇게 최종 승인이 난 프로그램에는 기독교적인 색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적인 교회의 크리스마스 상징들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증진하고 중공과 중국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구호들로 모두 대체되었다. 또 성탄 예배 내내 의용군 행진곡과 ‘나와 나의 조국’과 같은 애국주의 노래들만 울려 퍼졌다.

영상 03: 상가오현의 어느 교회에서 합창단이 ‘나와 나의 조국’를 부르는 모습

“모든 찬송가와 춤도 세속화되었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원하던 바도 아니었고 성탄절을 축하하려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분개한 어느 교회 신자가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공연이 끝나갈 무렵, 이 상황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어느 동역자 한 사람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오늘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놀이나 하자는 게 아니라 예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그분을 우리들 마음속에 받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라고 외쳤으나 그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마이크의 스위치가 차단되었다.

“말썽이 일어날까 두려워진 주최 측이 마이크를 뽑아 버렸더군요.” 그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당시 교회 밖에는 ‘범죄 조직 소탕, 악당 제거’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색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두 남자가 지키고 서 있었으며 중공 관리 몇 사람이 교회 입구를 어슬렁거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12월 19일, 장시성 신위(新余)시 가오신(高新)구의 어느 삼자교회 신자들이 통전부 관리들의 감시하에 성탄절 예배를 올리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하기 전에 신자들은 국기 아래에 서서 의용군 행진곡을 비롯하여 ‘공산당 없이는 새로운 중국도 없네’와 같은 애국주의 노래를 불러야 했다.

12월 22일, 어느 통전부 관리는 이제 막 성탄절 예배를 마친 신위시 관할 뤄팡(羅坊)진의 어느 삼자교회 신자들에게 뤄팡회의기념관에 갈 것을 명령했다. 그곳이 장시성에서 마오쩌둥과 그의 행적을 기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신자들에게는 방문을 증명할 사진을 촬영하여 통전부로 보내라는 명령도 떨어졌다.

뤄팡회의기념관 밖에 모인 어느 삼자교회 신자들

12월 15일, 신위시 관할 런허(人和)향에 있는 사은(思恩)교회에서 신자들이 현지 관리들의 감시하에 성탄절 예배를 드렸다. 관리들은 예배가 진행되는 내내 사진을 찍었다. 어느 교회 신자에 따르면 설교자는 공산당에 복종하고 그 통제에 잘 따르겠다고 맹세하는 기도를 했다. 예배가 끝난 후 설교자는 신자 두 사람을 시켜 사회주의 핵심 가치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달력을 배포하게 했으나 신자의 2/3가 달력 수령을 거부했다.

“기독교의 달력이 아니므로 우리는 이런 달력을 받지 않겠습니다.” 분노한 몇몇 신자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