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조지 플로이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선전 전략과 중국 누리꾼들의 반격

더는 참을 수 없다. 심지어 중국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조차 이제 중국 공산당을 향해 외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라도 할 수 있지 않으냐고. 중국에서는? 항의하다가는 감옥에 가거나 더 끔찍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한성 (韓生) 기자

감옥 중에 사망 (합성 사진)

코로나바이러스와 홍콩에 도입한 국가보안법 때문에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던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이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1973~2020) 사망 사건을 기회로 미국을 겨냥한 선전전에 돌입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1970~) 대변인은 ‘숨을 못 쉬겠어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이용해 미국을 비난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그녀의 트윗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듯하다. 중국 경찰의 강경 진압과 톈안먼 사건을 언급하며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화춘잉 대변인에게 ‘숨은 편안히 쉬고 계시는지’ 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홍콩 경찰이 시위대들을 강경 진압하는 영상은 물론이고 중국 본토 경찰과 도시 관리 직원들의 강경 진압 장면을 담은 영상까지 모아 올렸다. 그들은 중공 치하에서 만연하는 경찰의 강경 대응을 비난했고 중공이 홍콩과 중국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폭도’, ‘폭민’이라고 매도하면서 미국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환호성을 올리는 이중 잣대를 보이는 것은 소도 웃을 뻔뻔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희생당한 사람들 대다수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거나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을 기회마저 없다.

중국 선전(深圳)시에서 경찰이 어느 젊은 여성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그녀가 ‘숨을 쉴 수 없게’한 영상

중국 경찰의 강경 진압 영상: ‘숨을 못 쉬겠어요.’

비터 윈터는 아버지가 중국 경찰에게서 고문을 받아 돌아가셨다고 믿는 어느 중국인 청원자를 인터뷰했다. 사건에 관계된 경찰들은 법적 제재에서 자유롭기만 하다. 그는 가족과 함께 37년이나 청원을 했으나 아버지 사망 사건은 단 한 차례도 공정한 재판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형 한 사람은 미심쩍은 상황에서 목숨을 잃었고 다른 형은 ‘정신병’ 판정을 강제로 받았다. 가족 전체가 ‘연좌제’로 감시를 받았으며 그 결과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고 재산도 다 사라졌다.

“우리는 못 이길 겁니다. 그러기는 고사하고 온 가족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어요.” 그는 고개를 떨구고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우리는 그의 요청에 따라 ‘샤오장’이라는 가명으로 그를 부르기로 하자.

무죄 선고를 받은 고문 경찰들

37년 전, 아직 미성년이던 샤오장은 형들과 함께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했다.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을 규합하여 권리 보호에 나선 지 사흘째였다. 경찰에게서 연락이 와서 심문실 방에 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 그들의 아버지는 몸이 1미터 높이의 창에 밧줄로 매달려 있었다. 아버지를 묶고도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던 긴 밧줄에 아버지가 목을 매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형제들은 아버지의 목 주위로 아무런 충혈 자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아버지의 이마에는 열상과 함께 혹이 나 있었고 등에는 철제 구속 도구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 세 개가 나 있었다.

어느 내부 관계자가 형제에게 귀띔해 준 바로는 아버지가 체포되고 처음 이틀은 밤마다 아버지가 갇힌 심문실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렸으나 사흘째 밤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은 아버지의 몸에 명백한 고문 흔적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자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관련된 경찰들은 모두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중국에서는 경찰의 잔혹 행위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에게 진실을 말해 주는 일이 결코 없다. 가족들이 고문의 단서를 아무리 많이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감시 기록과 부검 기록의 조작, 시신을 태워 증거를 없애는 것 등은 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희생자의 가족이 사망 원인을 밝혀내, 관계된 관리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거나 싸워서 적절한 배상을 받아내기는 극도로 어려워진다.

37년이나 계속된 청원

샤오장과 그 가족은 이후 37년에 걸친 청원의 여정에 나섰고 온갖 재앙이 뒤따랐다.

활발히 청원 활동을 하던 샤오장의 큰 형은 어느 화창한 날, 낚시하러 갔다가 바다에 ‘떨어져’ 익사했다. 수상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정황이었다. 오랜 세월 청원을 하는 사람들이 ‘사고사‘나 ‘자동차 사고‘ 등을 당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샤오장도 여전히 형이 사고로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샤오장의 둘째 형이 청원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10여 년을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현지 공안국에 의해 어느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의사가 말하는 형의 편집증적 정신병 증상의 하나는 형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정부에 요구한 보상액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형은 이상해져 있었습니다. 손을 너무 떨어서 식사할 때 밥공기를 제대로 들 수도, 젓가락을 사용할 수도 없었죠. 일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샤오장이 비터 윈터에 말했다.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형에게 정신병원에서 준 약을 왜 먹었느냐고 탓하기도 했는데, 형은 사실 자신은 강제로 약을 먹었으며 약을 거부하기라도 하면 간수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국가가 장악한 언론

샤오장은 청원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는 언론을 이용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서 정부에 압박을 가하지 않는 한 소송을 해 봐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을 국가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샤오장은 어느 대중 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언론이 아니라 경찰의 관심을 끌고 말았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을 알게 되었다. “제 딸은 졸업을 해도 좋은 직장은 얻지 못할 겁니다. 뻔합니다.” 절망한 샤오장이 말했다.

오랜 청원으로 그는 16만 위안(약 3천만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되었다. 어머니는 병으로 앓아누우셨으나 돈이 없어서 약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온 가족이 밀접 감시 대상이 되었고 끔찍한 생활을 더는 계속할 수 없었던 그의 아내는 그와 이혼했다.

샤오장은 잔혹한 현실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중공 치하의 세상은 너무 암울합니다.” 지난 세월 오래 청원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가 한 말이다.

미국은 중국과는 다르다

잔인한 경찰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미국에서도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샤오장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일부 누리꾼의 말처럼, 미국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 있을 때 사람들이 적어도 거리로 뛰쳐나갈 수 있고 심지어 백악관 앞에서 항의할 수도 있다. 중공 관영 언론들은 미국의 시위를 두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혼란에 빠진 증거라고 떠들어대지만 사실 그들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온 중국에 광고한 꼴이다. 중국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끌려가거나 더 심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중국인이지만 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1966~) 미 국가 안보 보좌관이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여기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를 죽인 경찰이 기소당하고 조사를 받을 것이며 정당한 재판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공감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