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중국 공산당, 대규모 내부 숙청 시작: 정풍운동의 망령

1942년에서 44년 사이에 마오쩌둥이 공산당원들을 대규모로 학살했던 숙청 사건, 정풍운동이 되살아났다. 공산당이 ‘약한’ 관리들로 대표되는 ‘종양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새 숙청 계획을 발표하는 공산당의 떠오르는 신예 첸이신(陳一新)  (출처: 인터넷 사진)

시진핑(習近平, 1953~)은 자신이 신봉하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스탈린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거듭 경고해 왔고, 스탈린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면 숙청이 스탈린 체제의 핵심 요소란 것을 다 알고 있다.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것보다 내부 숙청이 필요한 이유는 그렇게 해야 공산당원들이 늘 긴장하게 되고 그 어떠한 반역도 구체화되기 전에 박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주석도 똑같은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그 시작은 1942년에서 44년까지 진행되었던 피의 정풍운동(整風運動)이었다고 말한다. 장정(長征) 이후 중공이 산시(陝西) 옌안(延安)시에 거점을 확보하는 사이에 마오쩌둥은 스탈린의 제안에 따라 자신의 절대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면 어떠한 형태든 일말의 가능성까지 박살 내기로 하고 존재하지도 않던 ‘트로츠키주의자’ 반대 세력을 꾸며내 ‘약하거나’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중공당원들을 체포, 고문, 처형하게 된다. 학자들은 최소한 3만 명이 숙청되고 약 1만 명이 처형된 이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중공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여긴다다.

그런데 2020년 7월 8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이하 정법위원회) 회의에서 정풍운동의 유령이 다시 나타났다. 정법위원회의 비서장은 시진핑 주석의 핵심 참모 중 하나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 우한(武漢)시에 파견되어 현지 당국을 완벽히 통제한 바 있는 첸이신(陳一新, 1959~)이다. 중국에서는 그를 중공의 떠오르는 신예라고 한다.

첸은 전국정법대오교육개조시범판공실(全國政法隊伍敎育整頓試点辦公室)이라는 기관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름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기에 충분한 기관이지만 7월 8일, 정법위원회에서 첸이 한 연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첸은 1942~1944년의 정풍운동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신시대 정치법률 일선에서의 정풍운동’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와 동시에 이 운동은 여러 시범 지역에서 실시하게 된다. 알려진 시범 지역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와 후란(呼蘭)구,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와 윈룽(雲龍)구, 허난(河南)성 싼먼샤(三門峽) 지(地)급시와 링바오(灵宝) 현(縣)급시, 쓰촨(四川)성 이빈(宜賓) 지(地)급시와 이빈시 관할 궁(珙)현 등 지역의 법원, 검찰원, 공안 및 사법 행정 기관과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雞) 지(地)급시의 국가안전기관 및 헤이룽장(黑龍江)성 후란(呼蘭) 교도소와 쑹빈(松濱) 교도소이다. 이번 운동은 2020년 10월 종료되는 시범 프로젝트이며 2021년 1월부터는 전국 운동으로 확대 시행되어 2022년 1/4분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첸이 연설에서 사용한 언어는 정풍운동과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의 정치법률 기관들은 불순하고 부당하며 허약한데다 심지어 법과 기율을 준수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들이 당과 정부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망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정치법률 체계는 흑색분자 제거 노력에 박차를 가해 왔습니다만 상황은 여전히 암울합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뼈를 깎아 독을 제거’하고 ‘종양을 완벽히 떼어내’ ‘정치법률 기관들을 전적으로 충성스럽고 전적으로 순수하며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때인 것’입니다.”

보통 정치적, 종교적 적에게나 사용되던 언어가 중공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용된 것이다. 첸이 연설에서 비난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우리의 단점과 약점뿐 아니라 정치 기관, 사법 기관, 경찰 기관이 기율, 권력, 이해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견해가 정치적, 이념적, 조직적, 기율적으로 불순한 방식들을 만들어 냈고 이들은 아직도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정법 체계에는 정풍운동 형식의 격렬한 개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수년에 걸쳐 누적되어 빼내기 어려운 독도 확실히 제거해 단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첸은 “강력한 억제”와 “무관용”으로 “흑색분자를 제거”하고 “사악한 세력”과 “당에 불충하는 위선적인 인간들”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행간을 읽자면, 해외 관찰자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중국 국민들에게는 중공이 법원과 교도소의 부실한 법집행을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첸은 ‘징전비후 치병구인(懲前毖後 治病救人, 과거의 잘못을 교훈삼고,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한다)과 종엄징판(從嚴懲辦, 엄중 처벌)이라는 마오주의 슬로건을 인용했다.

중국에서는 통상적인 일이지만 연설에는 성(省)에서 블록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조직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었고 범위의 확대를 장려했다.

이번 운동은 팬데믹 사태 이후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중공의 내부 사정이 전적으로 좋지는 않거나 적어도 시진핑의 생각은 그러함을 확인해 준다. 한편, 공산당으로서는 숙청을 시작하기 위해 진짜 위협이 필요하지는 않다. 첸도 당원들이 ‘공포를 지속해서 갖게 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올 2020년 정풍운동을 부활하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