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벨라루스 효과’가 두려운 중국 공산당, 당에 대한 ‘절대 복종’을 요구하고 나서다

중국 언론에는 벨라루스에 관한 가짜 뉴스를 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명령은 무조건 복종해야 함을 강조하는 캠페인도 시작되었다.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시진핑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인터넷 사진)

한때 공산주의 동유럽을 통치하던 소련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구 소련의 붕괴 원인으로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지도자 세대의 일원인 시진핑(習近平, 1953~)은 ‘똑같은 일이 중국에도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라는 시달림을 받아 왔다. 소련 공산당은 자신들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았으나 그 당은 더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중공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으며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소련과 그 위성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했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공산주의가 몰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2주 전, 중공은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랐다. 비록 이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에서일지라도 벨라루스의 루카셴코(Lukashenko, 1954~) 대통령은 중국이 인권 유린 문제로 공격을 받을 때조차 중공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특별 파트너’라 불릴 정도로 그간 중국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맞든 틀리든 중국의 이데올로그들은 사회주의 과거의 전통을 충실히 유지하는 유일한 유럽 국가로 벨라루스를 지목해 왔다.

중공의 유럽 역사 해석에 따르면 사회주의에 대한 이런 충성은 벨라루스의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와 반대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따르면 중공 상층 지도부는 현재 벨라루스의 사건에 대해 깊이 우려하는 것을 넘어 공황 상태에 빠진 수준이다. 마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폴란드 및 발트해 국가, 그리고 헝가리의 유럽연합 가입이 악몽처럼 중공 지도자들의 밤을 다시 습격하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재빨리 나타난 반응은 두 가지였다. 첫째, 중국 언론에는 벨라루스에 관하여 가짜 뉴스를 퍼뜨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사진과 영상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중국 언론은 루카셴코 지지 시위의 규모가 반대 시위보다 훨씬 크다고 떠벌렸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중공의 댓글 알바들은 중국 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소셜 미디어에 이 가짜 뉴스를 열심히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인들조차 이 거짓말을 믿지 않고 중국 소셜 미디어에도 벨라루스 사건에 대한 뉴스 보도를 비웃는 글들이 올라와 중공으로서는 애가 탈 노릇이다.

둘째 반응은 무조건 중공에 복종하며 그 어떠한 비판의 기미조차 피하라는 선전을 긴급히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이 둘째 정책은 꼭 벨라루스 때문만은 아니다. 아마도 현재 미국에 머물면서 중공 간부들에게 시진핑을 제거하고 그에 대한 개인 숭배 역시 종식할 것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수없이 하는, 중공의 전(前) 이데올로그 차이샤(蔡霞)의 활동을 저격하기 위해 민스크(Minsk, 벨라루스의 수도)에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준비한 것이다.

8월 20일,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이론’ 섹션에서 중공과 그 지도자들에 무조건 복종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 여러 건이 실렸다. 중공중앙정책연구실(中共中央政策研究室) 상무위원회의 장진취안(江金權) 부실장은 그 첫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주축으로 중공중앙위원회의 권위와 중앙 집중식 통합 리더십을 굳건히 유지하고 당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담보해야 한다.’ 장진취안은 인용문도 소개했다. 마르크스(Marx, 1818~1883), ‘바이올린 독주자는 자신을 스스로 지휘하나 관현악단에는 반드시 지휘자가 필요하다.’ 엥겔스(Engels, 1820~1895), ‘권위 없이는 일사불란한 행동도 없다.’ 레닌(Lenin, 1870~1924), ‘역사상 그 어떠한 계급도 운동의 조직과 지휘에 능숙한 복수의 정치 지도자와 선임 대표의 선출 없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적이 없다.’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당 전체는 중앙위원회에 복종한다.’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 ‘중앙위원회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산주의 선구자들의 말에 근거하여 장진취안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당중앙위원회의 권위와 중앙 집중식 통합 리더십이 없다면 모두 자기 이야기만 할 것이고 자기 일에만 신경 쓸 것이므로 아무 일도 이뤄질 수 없다.’ 모든 중공 당원들은 ‘당중앙위원회가 권장하는 것은 단호히 호응하고, 당중앙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단호히 이행하며, 당중앙위원회가 금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하며, 중공중앙위원회 결정과 지시의 수행에는 아무런 조건과 타협, 그리고 변화가 없어야 한다.’

중공은 이렇게 하는 것이 벨라루스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국에서도 반복되는 것을 피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말로만 이래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달 비터 윈터는 중공이 당 역사상 가장 유혈이 낭자한 내부 숙청의 하나였던 마오쩌둥의 옌안정풍운동(延安整風運動)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음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숙청 작업은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8월 18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총서기이자 전국정법대오교육개조시범판공실(全國政法隊伍敎育整頓試点辦公室) 실장이기도 한 천이신(陳一新, 1959~)의 발표에 따르면 신(新) ‘옌안정풍운동’의 ‘학습교육과정’ 첫 단계는 이미 완수되었고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스스로 바로잡는다’는 두 번째 단계가 시작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상하이(上海) 경찰청장으로 있던, 현재 ‘심각한 법규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궁다오안(龔道安)의 몰락은 더 큰 규모의 숙청의 일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