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이념이 중국 전역의 예배소들을 침범하는 가운데 조상을 모신 민간 사당들마저 시진핑 사상을 퍼뜨리는 장소로 개조되고 있다.
왕융(王勇) 기자
시골 지역 주민들이 선조를 모시는 사당은 문화혁명 기간에 네 개의 낡은 악, 즉 낡은 사상, 낡은 문화, 낡은 풍속, 낡은 관습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수없이 파괴된 바 있는데 시진핑(習近平, 1953~) 치하에서는 간신히 살아남은 사당들마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가 선전 센터로 개조되고 있다.
중국 남동부 장시(江西)성 융펑(永豐)현 스마(石馬)진 관할 청산(層山)촌에 있는 궈(郭) 씨 사당은 명나라(1368~1644) 정통제(正統帝, 1435~1449) 8년에 세워진 것이다. 1,320제곱미터 면적에 건축된 이 사당은 원래 구조물 그대로 보존하면서 세 번의 수리를 거쳤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촌(村)위원회는 스마진 정부의 명령에 따라 60만 위안(약 1억 원)을 들여 이 사당을 당 선전 본부로 개조했다. 입구에 걸린 현판은 그대로지만 사당의 외벽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 새겨졌고 내벽에도 다른 선전 구호들이 내걸렸다. 시진핑의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라’, ‘중국몽을 함께 건설하자’와 같은 구호가 사당의 위패들을 대체했다.
“사당은 선조들을 모시는 곳입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선전 센터로 바꾸라는 강요를 받았지요.” 어느 촌(村) 주민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융펑현 메이컹(梅坑)촌에 있는 약 874제곱미터 크기의 용민(用敏) 공공 사당은 1840년대에 건축된 것이다. 지난해 3월, 현지 정부는 이 사당을 ‘신시대문명실천센터’로 개조했다. 2018년 7월, 중공에 의해 전국적으로 시작된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중공 선전부의 황쿤밍(黃坤明, 1956~) 부장은 이 프로젝트가 ‘기층부에서부터 당의 선전 사상 작업을 굳건히 강화’하고 시진핑 사상을 홍보하여 ‘인민의 마음에 아로새기기’ 위해 꼭 필요한 방책임을 강조했다. 중국 전역에서 수많은 종교 장소가 신시대문명실천센터로 개조되었다.
용민 사당은 현재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와 같은 도서 및 선전 구호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융펑현 상시(上溪)향에 건축된 지 155년이 된 차오이(朝議) 공공 사당 역시 개조되었다. 현재 그 벽은 ‘하늘의 천당은 공산주의’,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는 인민공사(人民公社)’ 등 선전 포스터와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어록으로 뒤덮여 있다. 이 두 구호 모두 1958년, 마오쩌둥 주석이 중국 시골 최대 집단 공동체였던 인민공사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번영하고 부강한 사회주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대약진 정책’ 기간에 흔히 들을 수 있었던 구호였다. 당시 인민공사는 ‘공산주의 천당으로 오르는 데’에 도우미로 간주되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융펑현에 있던 다른 13개 사당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개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