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역사적 가치가 있는 500개의 아라한 조각상, 망각의 강을 건너다

[비터 윈터=중국 소식통] 다이 추안성 (戴全盛) 기자

불교의 성지나 관광 명소에 있더라도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면 사라져야만 하는 조각상들.

철거되기 전 잠시 판지로 가려진 아라한 조각상들

베이징 부근 허베이(河北) 우안(武安)시의 유명 관광 명소에 있던 약 260개의 아라한 조각상들이 철거되었다. 200개 이상의 나머지 조각상들의 운명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부처의 제자들은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열반에 든 사람들로, 이들을 묘사한 것이 바로 아라한 조각상이다.

비터 윈터지(誌)의 2018년 12월의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 우안시의 유명한 치부거우(七步溝) 경관 지역에 있는 500개의 아라한 조각상들이 당국의 철거 목록에 오르자 현지 주민들은 온갖 꾀를 내 이 조각상들을 가리거나 감추었다. 주민들이 판지와 천을 이용해 조각상들을 가려 보지만 결국 조각상들은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원래 아라한 조각상들은 치부거우 경관 지역의 등산길을 따라 자리하고 있었다. 4열로 늘어서 있었고, 길이 그 가운데를 가로질렀다. 그런데 비터 원터지(誌)의 기자가 지난 며칠에 걸쳐 치부거우 경관 지역을 재답사해 보니, 길에서 아라한 조각상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바닥에는 철거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현재 등산로의 아라한 조각상들은 사라졌으며 바닥에는 철거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치부거우 경관 지역의 한 관리원에 따르면, 중앙 검사팀(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소속)이 시에 순찰을 나와 조각상들의 철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12월 중순이 되자 (鄉)의 무장부 부장이 직접 나타나더니 철거팀을 지휘해 굴착기와 기중기로 아라한 조각상들을 철거했다.

현재 약 260개의 아라한 조각상들이 철거되어 치부거우 경관 지역의 스키장 옆 외딴 공터로 옮겨졌다. 남은 아라한 조각상들은 높은 고도에 위치한 관계로 운반이 어려워 철거 전까지 판지로 잠시 가려 놓은 상태다.

철거된 약 260개의 아라한 조각상들은 현재 치부거우 경관 지역 스키장 옆 공터에 있다.

“현재 판지로 가려 놓긴 했지만 조각상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 철거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관리원이 힘없이 말했다.

허베이성 치부거우 경관 지역은 중국의 4A급 국립 관광 명소 중 하나이자 허베이성의 주요 관광 건축 프로젝트 중 하나다.(중국의 관광 명소는 5A를 최고로 하여 등급이 매겨진다.) 이 지역은 2009년 5월, 총 12억 위안(약 2천 억 원)을 들여 재설계 및 재건축한 바 있다. 500개의 아라한 조각상은 치부거우 경관 지역에서도 유명한 관광 명소로,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공산당 당국의 야외 종교 조각상 철거 정책 때문에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