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WINTER

25년이 지났다, 11대 판첸 라마를 석방하라!

1995년,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불교 겔룩파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위 인사를 납치하고 그 자리에 꼭두각시를 앉힌 바 있는데 현재 유럽의회 의원들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르코 레스핀티(Marco Respinti)

티베트의 11대 판첸 라마인 게둔 초에키 니마 (Leeky-Boy – CC BY 2.0

유럽 여러 나라 의회 의원들이 티베트의 11대 판첸 라마인 게둔 초에키 니마(Gedhun Choekyi Nyima, 1989~)가 ‘실종’된 지 25주년이 되는 올해, 중국에 그와 그의 전 가족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위스 의회에서 15명, 이탈리아 의회에서 4명, 체코 하원에서 16명, 체코 상원에서 16명이 각각 네 개의 요구 사항에 서명했다.

수십 년 동안 게둔 초에키 니마는 중공 불교 통제 정책의 핵심에 있었다. 그 통제 정책은 84세의 고령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현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Tenzin Gyatso, 1935~)가 서거할 때 중공이 가짜 달라이 라마를 세우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 비터 윈터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이 통제 정책에서 주요 수단은 2007년에 발효된 기괴한 지령 5호이다. 이 지령 5호란 환생 자격이 있는 불교 라마를 지정하고, 환생 식별 과정을 통제하며, 그 환생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모든 독점권을 중공이 갖는다는 중국 법 규정을 말한다. 사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기 전에 서거한 고위직 라마들의 환생자로 인정된 승려들 중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령이다. 그들이 한 사람씩 서거함에 따라 중공은 환생자로 선언될 소년들을 직접 지정함으로써 후계자를 선택하여 그들을 충성스러운 중공의 꼭두각시로 키우려 한다.

판첸 라마 관련 논쟁이 시작된 것은 1995년 5월 14일로, 현 달라이 라마가 당시 6세 소년이던 게둔 초에키 니마를 10대 판첸 라마(1938~1989)의 환생으로 선언한 바로 그 날이다. 비터 윈터의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편집장의 설명대로 판첸 라마는 ‘티베트 불교 겔룩파에서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다음가는 권위자’이다. 이렇게 게둔 초에키 니마가 11대 판첸 라마가 되었지만 중공은 달라이 라마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년을 납치했다. 비록 중공과 달라이 라마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지만, 그 후로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린 정치범일지도 모르는 이 소년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트로빈 편집장이 회상하는 것처럼 이 사건 이후 ‘중공은 5세의 기알첸 노르부(Gyaincain Norbu, 1990~)를 지목하였고, 소년은 중공의 지원을 받는 11대 판첸 라마이자 중국 내에서 중공에 충성하는 불교를 대변하는 공식 목소리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이 가짜 판첸 라마는 현재 세계를 누비며 다니고 있지만 그를 진짜로 인정하는 곳은 중국에 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조직과 국가들뿐이다.’

진짜 11대 판첸 라마의 납치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이번에 유럽 의회 의원들이 우려를 표하며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는 심각한 인권 문제이자 중공이 어떻게 국제법을 무시하고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관한 티베트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사실, 의원들이 각각의 성명서에서 분명히 밝힌 것처럼 티베트인들은 그 어떤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들의 종교 지도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전권을 갖고 있다. 비록 중공은 뻔뻔하게도 온갖 협잡과 폭력을 동원해 이 권리를 부인하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티베트 11대 판첸 라마의 운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터 윈터는 본질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논쟁에도 개입하지 않으며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사실상 중공은 게둔 초에키 니마의 운명을 종교 자유가 정치로, 또 정치가 종교 자유로 바뀌는 사례로 변화시켰다. 불교의 정치화로 티베트 불교를 길들이는 것은 중공이 티베트 불자들을 억압하면서도 그에 대해 종교적 ‘축복’을 얻고자 사용하는 수단이다. 이 문제의 비중으로 볼 때 중국 정권이 여느 때처럼 아무리 현안을 축소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국내 사건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려 해도 외국(유럽) 의회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다.